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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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6동 할머니

글 : 임성관(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90번째 편지 

6동 할머니

 

글 : 임성관(참사람 독자)

 

 

띵동!”

누구세요?”

여기가 6동 할머니 댁이죠?”

 

명절 때마다 우리 집에는 6동 할머니를 찾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온다. 그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고 있는 이웃들로, 일터에 나가 있는 시간 동안 자신을 대신해 연로하신 부모님을 살갑게 챙겨 주신 점에 대해 감사 인사를 하러 오는 것이다.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6동 할머니는 내 어머니의 별칭으로, 단지 내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통하는 꽤 유명인사이다. 어머니는 호호백발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 오래 전부터 화병(火病)을 앓고 있으며 이제 다리도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그야말로 본인부터 돌봄을 받아야 하는 85세의 왜소한 노인이다.

 

어머니, 또 누구네 집에 가서 일 해주셨어요? 힘드니까 하지 마시라고 했잖아요!”

별 일 안했어. 123동 할머니가 다리를 절지 않니. 그래서 시장 보는 게 힘드니까 내가 가는 길에 몇 가지 사다준 거야.”

그럼 8동 딸은 왜 온 거에요?”

, 그 집은 할머니가 먼저 죽고 할아버지 혼자 있어.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라고 하지 않더냐. 돌봐주는 여자가 없으니 얼마나 불쌍해. 그래서 음식 좀 갖다 줬지. 어차피 다 못 먹으면 상해서 버릴 텐데 아깝잖아. 그러느니 나누어 먹으면 좋지. 그나저나 이렇게 비싼 걸 사와서 어쩐다니.”

 

아들에게 혼이 날까봐 힘든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서둘러 말을 돌리고 주방으로 향하셨지만, 어머니는 분명히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을 하셨을 것이다.

때문에 자식으로서 건강이 나빠질까봐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강단 있게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까지 돌보는 어머니의 성정에 감사함과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워낙 어려웠던 시절을 살아내셨기 때문에 성실함이 몸에 배어 있는 어머니는, 평소 아무 것도 안 하면 오히려 병이 난다, 사람은 몸을 자꾸 써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또한 내가 나누는 덕이 결국 자식들에게 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고 계신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움직여 덕을 쌓기 위한 일을 열심히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오늘 아침의 일이다. 이른 시간부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 주방으로 가보니 어머니께서 부산스럽게 무엇인가를 하고 계셨다.

 

어머니, 뭐하세요?”

호박죽 쑤고 있지. , 글쎄 121동 할머니가 아파서 누워 있단다. 잠깐 가보려고 하는데 그이가 호박죽을 좋아하거든.”

 

호호백발에 주름이 가득하지만 거동이 불편하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먼저 찾아가 손을 내미는 참 좋은 사람인 내 어머니는, 오늘도 이렇게 6동 할머니가 될 준비를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