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행복한 삶을 위한 학교

정승관(강화도 꿈틀리인생학교 교장)

‘학교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그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넘어 이제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나려고 한다. 무엇이 우리의 학교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실 학교는 아이들의 꿈과 미래를 위한 곳이다.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학교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리라.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온 지는 꽤 오래 되었다. 1990년대 공교육의 위기는 흔히 ‘교실붕괴’란 말로 표현된다.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등장한 것이 바로 대안 교육이었다. 당시 학교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과도한 학습, 시험을 위한 교육, 교칙으로 옥죄인 학교생활 등이었다. 그래서 당시 대안학교의 방향은 지식교육을 완화하고 교육과정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교칙도 최대한 느슨하게 운영하는 식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에는 전제가 필요했다. 아이들이 불편해하는 요소들을 빼는 대신 다른 것으로 채울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과도한 학습 부담이나 엄격한 규칙을 없애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교사들이나 아이들 모두 처음 접한 환경에서 소통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 결과 교사들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아이들도 스스로가 움직여야 할 공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안교육에 지쳐갈 즈음 우리 사회에 새롭게 나타난 것이 혁신학교이다. 대안교육의 공교육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는 혁신학교는 공적 영역으로서 안정감은 확보되었지만 학교 간 편차가 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우리 교육계가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그중에서도 UN조사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덴마크의 교육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오늘날 덴마크를 이루는데 가장 핵심이 된 교육의 바탕을 세운 이는 그룬트비이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주창한 교육의 핵심은 ‘삶을 위한 학교’였다. ‘삶을 위한 학교’란 어떤 것인가? 서로 간의 존중과 정체성을 확보하는 한편, 교사와 학생이 지식을 주고받는 것뿐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생활을 이어나가는 등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변화시키는 학교를 말한다. 덴마크 교육에는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삶이 행복해진다는 단순한 사실이 담겨 있다.

 

덴마크 학교 중 ‘에프터스콜레(Efterskole)’가 있는데, 9학년(중3)을 마친 학생이 1년간 자신의 관심사를 공부하면서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시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배웠던 것을 돌아보고, 앞으로 자신이 나아갈 인생의 방향을 잡는 계기로 삼는다. 이와 유사한 것이 바로 아일랜드의 전환 학년(Transition year) 제도이다. 아일랜드 역시 10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를 도입하여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시작된 것이 바로 전환 교육이다. 현재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말 그대로 학교를 ‘삶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어떤 곳이어야 할까? 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다. 사실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만은 아니다. 가정, 사회, 그리고 전문 교육공간으로서 학교가 있다. 각각의 공간이 특징에 따라 분담하여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이러한 분담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교육의 축이 학교로 집중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식습득, 기술연마 위주의 학교 교육이 이뤄졌다. 물론 이러한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균형 잡힌 인간이라야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덴마크와 아일랜드가 집중했던 것도 이것이었다. 그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방법,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공동체를 통한 삶의 공간을 꾸려나가는 훈련을 통해 행복한 삶의 기반을 닦고 있었다.

공부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정답을 가르쳐 주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도록 하는 과정을 제시해 줌으로써 교육의 목표를 이루어 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학교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전통적인 해석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생활하면서 함께 자라는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대로 오늘날 학교 교육의 역할은 단순하지가 않다. 그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한다고 보면, 복잡한 사회에서 가정과 사회가 학교에 미루어 놓은 과제를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러한 논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안 교육, 혁신학교, 자유학기(년)제 그리고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전환 교육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그치거나, 또 다른 형태의 학교를 그려내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학교를 지향하고, 이 과정을 통해 능동적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경영해 나갈 수 있는 행복한 자연인을 키우는 공간으로서의 학교가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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