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인공지능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구본권(한겨레 선임기자, '로봇시대, 인간의 일' 저자)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이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소멸이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공포가 있다. 스티븐 호킹, 빌 게이츠, 일런 머스크 등은 사람보다 뛰어난 슈퍼 인공지능의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칼 프레이 교수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2013년 발표한 연구보고서 <고용의 미래>는 10~20년 안에 현재 직업의 47%가 컴퓨터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을 제시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특성상 지능 폭발이 이뤄지게 되어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특이점이 올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보편적 지능처럼 스스로 학습기능을 장착하고 창의성과 계획성, 자의식과 감정, 욕망을 갖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잇단 바둑, 포커, 이미지 인식 등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뛰어난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공지능은 사람이 규정한 특정한 직무에서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아기도 지닌 범용적 지능을 지니지 못해 알파고를 바둑 아닌 영역에 적용하면 쑥맥이 된다.

사람과 컴퓨터 중에서 누가 더 강할까? 이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강한 쪽은 사람도 컴퓨터도 아니다. 컴퓨터의 장점을 활용하되 기계에 부족한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즉 컴퓨터와 가장 잘 협력할 줄 아는 사람이다. 복잡성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서는 모든 자원과 발상법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신의 지식과 힘에만 의지하는 사람과 다양한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똑똑한 도구와 협력하는 사람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래 생존방법은 인공지능을 협력의 파트너로 삼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좌뇌, 우뇌에 이은 ‘외뇌’로 불린다. 우리가 똑똑한 기기와 외뇌를 활용해 강력한 힘과 방대한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편리함과 함께 그에 따른 책임도 커졌음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들이 외뇌에 기억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환경에서 내가 직접 기억할 것은 무엇인지도 선별해서 기억해야 한다. 미래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우리는 기계에 많은 것을 의탁했다고 생각하지만 권한이 커진 만큼 선택할 것은 더 많아졌다. 누구도 대신 결정해줄 수 없는 문제들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누구나 지난 시절 제왕이 접근하고 누리던 거대한 자원과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곧 그 도구를 제대로 알고 다루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환경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격차와 좌절감을 키우는 토양이 되었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혜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은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호기심이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알게 되는 세상에서 무한한 규모의 지식을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사람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자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외뇌, 인공지능과 같은 도구가 우리 손에 쥐어진 환경은 우리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하나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러한 인공지능 환경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똑똑한 기계나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다. 결국 길을 선택할 자신에게 모든 것이 위임된 세상이다. 우리가 제왕과 같은 권력과 자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제왕처럼 중요한 결정을 자주, 많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요한 결정이라는 것은 그에 따른 결과가 중대하기 마련이다. 스마트해진 세상이지만 사람이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들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기술 발달은 늘 새로운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에 사람의 일이 결코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2020년 전 세계를 공포로 몰고 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한 예다. 전 세계가 정보를 공유하며 인공지능과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결정은 사람이 내려야 한다. 값비싼 장비와 전염병 대비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자부한 나라들도 큰 희생을 치르며 한국의 방역 정책을 부러워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우리는 질병관리본부 방역 전문가의 지혜로운 결정과 의료진의 헌신을 보며, 모든 일에서 사람의 판단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다. 기술 발달에 불구하고 인간의 역할은 결코 축소되지 않았다. 중요한 일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결코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공지능 시대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본질, 삶의 의미에 대해서 더욱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우리에게 기계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없는 모방 불가능한 인간의 능력이 무엇인지 묻는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 있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만의 고유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을 넘어서는 질문이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똑똑해지면서 사람이 해오던 많은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상황에서 ‘인간이 인간다워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결핍과 그로 인한 고통이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은 이러한 결핍과 고통에서 느낀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발달시켜온 고유의 생존 시스템이다. 처음 직면하는 위험과 결핍은 두렵고 고통스러웠지만 인류는 놀라운 유연성과 창의적 능력으로 대응체계를 만들어냈다. 결핍과 고통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인류가 경험을 통해 체득한 생존의 노하우가 유연성과 창의성이다. 결핍에서 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인간의 유연성과 창의성은 기계에게 가르치기가 거의 불가능한 속성이다.

그래서 인간의 약점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계와 구별되는 최후의 요소다. 기계는 설계하는 대로 작동하고 우리는 사람의 결점과 단점을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기계를 설계한다. 부정확한 인식과 판단, 감정에 의한 변덕스럽고 비합리적인 행동, 망각과 고통 같은 사람의 속성을 기계에 부여하지 않는다. 인간은 우리가 기계에 부여하지 않을, 이러한 부족함과 결핍의 존재다. 하지만 거기에 로봇 시대 우리가 가야 할 ‘사람의 길’이 있다. 똑똑한 기계가 우리의 지능을 넘어서고 많은 영역에서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사람만이 해야 하는 영역은 여전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는 방법은 경쟁이 아닌 공존과 공생이다. 똑똑한 기계와 경쟁하려 하기보다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의 속성 그리고 그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아는 것이 먼저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미래를 살아간다. 사람이 모인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여전히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기능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는 이렇게 말한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시인이 말하는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은 감정과 호기심을 말한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사람만의 특성인 사랑과 호기심은 감정적 결핍과 지적 결핍에서 나온다. 감정과 호기심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마법의 불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불쏘시개와 연료로 만들어버리는 치명적인 에너지라는 시인의 통찰은,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은 어떻게 사람다울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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