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인터뷰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을 만들어 갑니다.

여태전(남해 상주중학교 교장)

 

여태전 상주중학교 교장은 국내 최초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 초대 교장을 역임하였고, ‘사랑방 교장실’, ‘학생·교사·학부모 3주체 회의’ 등 새로운 학교운영을 통해 학생을 믿고 존중하는 문화를 주도해왔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교보교육대상 ‘참사람육성’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1988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참사람 육성에 힘써 온 여태전 교장선생님의 교육적 철학과 삶의 가치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 본 내용은 여태전 교장선생님의 강연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상주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

 

삶=교육은 만남과 기다림이다.
교육과 삶은 분리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어느때부터인지 배운 대로 살아갈 수 없고 가르친 대로 살면 바보 소리를 듣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삶과 교육이 분리된 이 넌센스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것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오후 4시에 나에게 찾아온다고 하면 나는 3시부터 벌써 기뻐지기 시작할거야” -어린왕자

여기서 상상력을 발휘해봅니다. ‘그렇구나, 누군가를 만나기 한 시간 전부터 기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참 즐거운 일이고, 기쁜 일이고 행복한 일이구나.’ 우리 교육에서 회복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남의 기쁨과 두근거림, 설레임, 이런 것을 회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왜 우리들 일상은 만남의 두근거림과 설레임을 잃어버렸을까요? 이 설레임을 회복하는 것이 곧 저의 꿈이되었습니다.

내가 만난 학교는 행복했는가?
고향 하동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만났지요. 아버지 어깨너머로 농사일을 배우면서 9년 동안 왕복 20리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의 학교는 그야말로 가고 싶었던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는 어쩌다 먼 타향 전북기계공업고등학교로 가게 되었지요. 그때부터 학교가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도 학교를 의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시절전라선 완행열차를 타고 고향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야간열차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무던히도 고민했습니다.졸업 후 공대에 합격했는데도 입학을 포기하고 이듬해경상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저는 문학을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공고생이라는 열등의식 때문에 온통 도서관에 박혀서 책벌레가 되었습니다. 도서관 책이란 책은 모두 만져보는 그런 시절을 보냈습니다.

서무실 7급 주사로서 학교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학교의 굳은 일을 도맡아하고 학교 살림을 두루두루 살피면서 비로소 학교와 교육을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무실 아저씨로서학교 선생님들을 바라보니 그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보이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다시 생각하고, 학교 교육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교직 첫 걸음부터 ‘행복한 학교 반듯하게 세우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 것 같습니다.

‘쉽고 편안한 길은 스스로를 멸망케 한다.’채현국 어른께 배운 말입니다.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살다보니, 편안해지고 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버리고 떠나기’를 감행했습니다. 그래서 일반학교를 박차고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도 갈 수 있었고, 또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공립 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도 뛰어들었지요. 이제 여기 상주중학교에서도 벌써 6년째입니다.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전환한 후 첫 졸업생을 배출하고 이제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어느 정도 안정되겠지요. 이쯤에서 행여나 제가 쉽고 편안하게 안주하려는 마음은 없는지 스스로 성찰해봅니다.

 

▲ 아이들과 같이 걷는 해변, "함께 가자, 우리"     ©

 

대안교육은 꿈꾸고 사랑하는 것

‘배움과 성찰에 목이 마른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행복학교, 꿈의 학교, 삶의 학교가 바로 대안학교고 미래학교고 혁신학교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 가지 개념이 제가 교육현장에서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핵심 키워드입니다.

 

이것은 결국은 꿈 얘기, 사랑 얘기로 귀결됩니다. 간디학교 교가입니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린 알고 있네 우린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가 꿈을 꾼다는 것은 없는 길을 가는 것이고 낯선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꿈꾸는 사람들의 요체라고 합니다.

 

누군가 제게 “왜 대안학교이나? 왜 미래학교이냐? 왜 혁신학교이냐?”라고 묻는다면 저는 “꿈꾸기 위해서, 사랑하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꿈꾸고 사랑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앞에 반드시 따라붙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바로 성찰입니다. 성찰 없는 꿈은 꿈이 아닙니다. 성찰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닙니다. 성찰 없는 대안은 대안이 아닙니다.

 

▲ 태봉고를 떠나던 날     ©


한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간디학교’를 주제로 2002년에 논문을 쓰고, 2004년에 ‘간디학교 행복 찾기’라는 단행본 책을 출간했습니다. 간디학교의 명성 때문인지 단행본 책이 제법 많이 나갔습니다. 2006년에 드디어 간디학교의 교사가 되었습니다. 9년간 간디학교를 드나들며 관찰하고 연구한 제가 2006년 출근 첫날부터 왕창 깨졌습니다. 그 동안 제가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이 고정관념 덩어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과 글로만 배운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간디학교 주변인으로 10여년을 보낸 것입니다.주변인은 남의 삶에 끼어들기 좋아하고, 제방식대로 평가하고 판단하고 조언하기 좋아합니다. 그게 바로 ‘주변인’의 삶입니다. 제가 그런 식으로 논문을 썼다는 것을 뒤늦게깨닫고 얼마나 허망했는지 모릅니다.삶과 교육이 철저히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만약 일반학교 교사로 계속 살았다면 끝내 깨닫지못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버리고 떠나면 더 크고 깊은 세계를 만난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제 인생의 큰 터닝포인트는 그런 결단이었습니다. 일반학교를 떠나 더 힘들고 어려운 곳이지만 가슴이 뛰는 곳으로, 꿈을 꾸는 곳으로 발을 내딛었기 때문에 가려져 있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다시 사유하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제 나이 46살에 대안학교 교사로 다시 거듭나는 삶을 시작했습니다. 천만가지 이론이 있다한들, 제 아무리 책을 많이 읽었다 한들 아이들을 만날 때는 가슴으로, 눈빛으로, 삶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주변인’에서 가운데 ‘변’자를 빼면 ‘주인’이 됩니다. 주변인은 훈수두기 좋아하지만 주인은 책임지는 삶을 삽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나는 내 삶의 주인인가? 주변인인가?’ 이 질문을 가지고 철저하게 제 자신과 씨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때 만난 말이 바로 이 말입니다.

 

“한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하면 온 세계가 성장한다.” -간디

 

‘난 지금까지 사람을 있는 그대로 정성을 다해 만나지 못해왔구나’, ‘말이나 글에 너무 의존했구나’ 그 때부터 돈과 권력과 명예보다 ‘사람이 먼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의 참뜻을그 때 비로소 깨달은 셈이지요.한 사람 한 사람을 영적으로 대접하고 모실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고맙게도 간디학교 교사로 살면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논문 쓰는 것으로는 결코 배울 수 없었던, 삶의 배움이 일어난 것입니다.

 

 

▲ 2015 대안교육 국제포럼 中     ©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 교육-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 기르기-’

이것이 곧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정보화 사회, 지식기반 사회 다음에 오는 사회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세 가지 핵심 단어는 ‘꿈, 감성,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미래의 조직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는 그 조직의 문화와 이미지를 창조하는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미래사회는 이러한 능력을 더 많이 요구할 것입니다. 상품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곧 사람들의 꿈과 감성을 일깨우고 행복한 사람을 만들어간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도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초점을 맞춰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하나가 인문학입니다. 인문학 홍수 속에서 과연 인문학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어떤 문학, 역사, 예술, 철학책을 펼쳐 봐도 결론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으로 수렴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리 교육에서 물어야 될 질문은 이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우리 교육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을 물을 때도 단순히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만 물어서는 안 됩니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래, 어떤 의사가 될래?”, 교사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그래, 어떤 교사 되고 싶니?”라고 다시 되물어 줘야 합니다. 그 ‘어떤’이 바로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떻게 죽을 것인지’가 담겨 있는 ‘가치’를 묻는 인문학적 질문입니다. 우리 모두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남해금산 교육마을’ 중심으로보물섬 교육공화국 남해를 꿈꾸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상상하고 뛰어놀 수 있는 그런 ‘남해금산교육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꿈의 체계도를 크게 인쇄해서 벽에 붙여두고 하루에도 수십 번 바라봅니다. 꿈이 꿈으로서 끝나지 않으려면 눈으로 끊임없이 바라보고 가슴에 새기고, 또 그것을 품에 넣고 다녀야 기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인구절벽’ 앞에서 전국의 많은 농어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남해는 인구절벽 앞에 사라질 지역 중 5위입니다.그래서 우리는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라는 비전을 걸고 지난 5년간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상주중학교는 일반학교에서 대안학교로 전환한 뒤 전국에서 찾아오는 교육공동체로거듭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5년 동안 남해 상주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폐교위기에 처했던 학교가 다시 살아나고, 열 가구가 넘는 학부모들이 교육 때문에 상주로 이사를 들어왔습니다. 덩달아 상주초등학교도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나아가 학교법인 상주학원은 2021년 개교하는 민간위탁형 공립대안학교인 보물섬고등학교까지 유치하여 경영하게 될 것입니다. 보물섬고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교육과정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또 한 번 새로운 미래학교의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들꿈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이곳 보물섬 남해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교육공화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그 기반 조성에 열정을 쏟고 싶습니다.꿈은 제가 꼭 이루지 않아도 좋습니다. ‘남해금산 교육마을’에 대한 꿈의 열매는 제가 따먹는 게 아니지요. 우리들 꿈의 바통을 이어갈 또 따른 꿈쟁이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참사람 육성을 위해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을 실천해온 여태전 교장선생님. 그가 생각하는 참사람은?

참사람은 꿈과 사랑을 가슴에 품고 배움과 성찰에 목이 마른 사람이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 -
  • 김민준 19/03/04 [18:14]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삶을나누는 이야기 다른 친구들에게도 널리 알리고 힘차게 응원하고 갈께여~~ 앞으로도 자주만나며 늘 이벤트를 통해서 혹은 다른 매체를 통해서라도 자주 방문하며 늘 함께 했으면 좋겠네여~~^^
  • 김근만 19/03/04 [20:44]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교육이란 어떠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입니다.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치열하고 냉정한 지금에 교육 현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봅니다.
  • 오미연 19/03/08 [23:37]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행복교육을 위해 늘 노력하는 여태전 교장선생님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구희영 19/03/16 [20:30]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정현석 19/03/17 [02:06]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을 응원합니다. 돌아오는 농촌, 다시 사는 마을학교’라는 비전이 마음에 드네요.
  • 지소영 19/03/17 [16:50]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교육이 어떤것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 문성혜 19/03/24 [19:53]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부럽네요 우리아이도 저런분을 만나 교육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제이 19/03/25 [13:21]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꿈과 감성을 위한 행복교육... 요즘 저의 아이가 학교가는걸 싫어해서 걱정이 많은데요~ 교육이란 어떤것인지 생각하게되었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노력하고 생각해주시는 여태전 교장선생님같은 분들이 많아져서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미선 19/03/25 [14:09]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아이들의 진심으로 생각하시는 여태전 교장선생님과 같은 분이 많이지길 바라며, 응원합니다.
  • 박현진 19/03/25 [17:10]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아이들의 입장에서서 생각하시는 모급이 정말보기좋네요 앞으로 행복한교육활동하시길바래요
  • 이서율 19/03/25 [19:33]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이런 교장선생님이 더더욱 많이지는 세상이길 바랍니다.
  • 참사람화이팅 19/03/25 [22:50]
  • 추천하기 0
  • 수정 삭제
멋진글 잘 보았어요. 행복교육을 위해 노력해주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