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인터뷰

꼭꼭 숨겨진 아이들 마음 찾아 나선 산골 선생님

권일한(삼척 미로초등학교 교사)

 


2018년 교보교육대상 참사람육성 부문 수상자이신 권일한 삼척미로초등학교 선생님은 25년 간 독서 및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고 매월 학급문집을 발행하여 학생들의 지적·정서적·인성적 성장을 도왔습니다. 부모와 마을 그리고 자연을 연계한 전인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을 치유하고 참사람으로 자라도록 기여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 가고 계신 권일한 선생님을 열두 번째 참사람으로 모시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Q: '강원도 산골에서 나고 자라 산과 개울, 나물과 풀을 사랑하는 책벌레 선생님' 권일한 선생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4년 강원도 삼척에 있는 삼척남초등학교에서 첫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느라 제가 무엇을 잘못하는지도 몰랐던 때입니다. 삼척초등학교에서 저를 정말 아껴주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이때 만난 제자 몇이 교사가 되었습니다. 탄광 마을 도계초등학교에서는 시인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 글이 온통 였습니다. 전교생이 10명인 근덕초등학교 마읍분교에서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글을 쓰면서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정라초등학교에서 독서반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난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까지 주말마다 만나서 독서토론을 했습니다. 동해시 북삼초등학교에서 2년간 지내다가 다시 삼척으로 돌아왔습니다. 소달초등학교에서 지낸 이야기는 너무 아파서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여덟 번째 학교에서 26년째 아이들을 만납니다. 미로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마을을 살펴보며 공부합니다.

 

 

Q: 교사로서 선생님을 나타나는 별명은 책벌레 선생님글에 미친 사람입니다. 그만큼 책과 글을 사랑하신다는 뜻일 텐데요.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은가요?

아이들 글이 좋아서, 아이들 글을 읽으려고 글을 썼습니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까닭과 좋은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읍분교에 있을 때 동막분교, 노곡분교 아이들과 함께 동막분교에 모여서 글을 썼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이웃 학교 학생들까지 모아서 1년 동안 글쓰기를 하고 마지막 날 롤링페이퍼를 썼습니다. 아이들이 제게 이렇게 써줬습니다.

선생님, 글을 쓴다는 건 행복한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다른 학교 가서도 행복함을 나누어주세요.” (6학년 여학생)


전 선생님(글쓰기)을 통해 속에 있던 마음을 털어냈어요. 아무데서나 털어내지 못했던 속마음을. 글쓰기는 내 비밀을 밝힐 수 있고 내 고민을 다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글쓰기는 마치 내가 거울에 비친 것과 같아요.” (6학년 남학생)


글쓰기는 내 마음에 있던 나쁜 생각과 마음을 멀리멀리 가지고 갔다. 글쓰기는 엄마랑 똑같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먹이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5학년 남학생)

 

 

▲     ©권일한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학급문집

 

Q: 첫 부임부터 지금까지 매월 학급문집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분량이 자그마치 6000페이지, 170여회에 달하는데 매월 문집을 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집은 귀한 선물입니다. 1년 동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문집을 읽으면 친구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같은 사건을 친구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압니다.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만든 과정을 담은 보물창고입니다. 이 선물을 다달이 주면 어떻게 될까요? 친구들 생각을 알고, 자기 생각과 어떻게 다른지 읽으면? 친구가 쓴 글을 읽고, 부모님과 함께 문집을 읽으며 학교생활을 이야기하면? 또한 자기가 쓴 글이 책에 실려 나오는 기쁨을 맞보게 해주면? 다달이 만든 문집은 아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선생이 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큰마음을 갖게 만드는 선생입니다.

저는 아이들 글을 사랑합니다. 아이들 글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다른 아이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오늘 아이가 쓴 글을 놓치지 않으려면 문집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집이 아이들에게는 선생도 되고 추억 보관소도 됩니다. 제겐 아이들 글을 기억하게 해주는 보물창고입니다.

 

Q: 아이들 글을 모은 선생님의 책을 읽었습니다. 어찌 보면 아이들은 평범하게 글을 썼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글을 유심히 보고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찾아내었기 때문에 아이들 글은 보석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눈(관점)을 갖게 되셨는지요? 평범함 중에도 빛나는 가치를 찾아내는 그 관점을 저도 갖고 싶습니다. 

교사가 되고 첫 교실에서 김다영이 일기에 콧구멍을 썼습니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콧구멍엔 기차가 다닌다.

누렁기차 하양기차 빨강기차

내려갔다 흥 하면 올라가지요.

내려갔다 빨리 올라간다.

콧구멍 굴속에 올라가면

아휴, 깜깜해!

그러다 또 내려오지요.


이 글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3학년 아이가 콧구멍을 기차가 다니는 터널로 보았다는 게 놀랍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지 못한 세상을 자기만의 문장으로 표현했습니다. 그게 좋아서 아이들 글을 계속 모았습니다. 아이가 써준 글 덕분에 같은 사물을 다르게 표현한 글을 찾는 눈이 생겼습니다. 헨리 나우웬이 날마다의 삶에는 놀라움이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 글이 증거입니다.

 

 

 

Q: 선생님은 책임지기관계맺기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계신지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아이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가 때로는 버겁지 않으신지요?

아이들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냈을 때는 놀다가 헤어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때가 편했지요. 책임 질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놀아주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아이들 마음을 읽기 시작하면서 점점 아이들을 도와주어야 하는 관계로 바뀌었습니다. 아이 마음을 살피며 상처가 회복되도록 돕는 일이 참 귀합니다. 그러나 제가 다 책임지지 못합니다. 아이 부모 노릇까지 해주어야 해결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한동안은 아이를 제 쪽으로 끌어당겨 위로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담임을 마친 뒤에 관계가 멀어지면 아이가 힘들어했습니다. 저를 의지했는데 저마저 떠나버린 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임질 범위를 정했습니다. 부모의 경계선을 넘지 않으면서 부모에게 조금씩 자극을 주었습니다. 가정방문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책임지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 힘듭니다. 안타깝지만 놓아주어야 할 때 차라리 몰랐으면 편하겠다 생각합니다. 균형을 잡는다기보다는 둘 사이에서 계속 시소를 탄다는 표현이 알맞습니다.

 

Q: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도 시간내시고, 집에서 같이 라면도 끓여 먹으면서 정성을 다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에 드는 아이, 저와 성격이나 코드가 맞는 아이는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저와 다른 아이, 제 기대대로 하지 않는 아이를 생각하면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저 이웃을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그리고 주말에 볼링장 가고, 집에 데려와서 라면 끓여주는 일을 이제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저녁을 함께 먹습니다. 집에 찾아갑니다. 부모를 만나기도 하고, 부모에게 자녀 공부를 돕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제가 아이들을 만나는 방식이 또 바뀔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까닭은, 제가 아이들에게 더 많이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월급을 받고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제게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저를 즐겁게 합니다. 아무 대가도 없이 말입니다. 제게 마음을 털어놓고, 제게 기대를 합니다. 저를 바라보고, 저를 믿고, 저를 의지합니다. 아이들 모습을 통해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제가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고, 돈을 조금 쓰는 건 아이들이 제게 주는 기쁨에 비하면 아주 작습니다.

 

Q: ‘나는 아이들에게 어떠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처럼 선생님이 꿈꾸고 계신 교사상(가치관)은 무엇인지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선생님이었을 때 잘못을 많이 했습니다. 가까운 관계가 능사는 아니더라구요. 곁에서 함께 걸어가며 어깨에 손을 얹는 게 중요하지만 저는 다른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부모와 아이가 바라보지 못하는 가치로 아이를 이끌어가고 싶습니다. 책을 읽고 고민하며 살아온 사람으로, 학부모와 아이가 보지 못하는 곳을 바라보며 아이가 가는 길을 인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적, 성취,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 마을을 기억하고, 학교 뒷산을 거닐며,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의 가치를 알게 해주는 선생님을 꿈꿉니다. 저와 함께 지내며 만든 추억들이 훗날 아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 2018년 교보교육대상 시상식 현장     ©

  

Q: 교보교육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나 좋은 점은 무엇인지요?

제가 잘 모르는 분들, 먼 곳에 계신 분들이 교보교육대상을 축하하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십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잠깐 만나고 헤어집니다. 저는 자신에 대해 엄격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분들에게는 수상 소식을 많이 알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아이들과 지낸 시간을 귀하게 보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생각에 힘을 얻습니다.

 

Q: 마지막으로, 권일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참사람이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참사람이란 자신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보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올바른 길에 서있는지 돌아보면서 이웃에게 관심을 두는 분이라면 참되다는 말을 해드려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구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