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인터뷰

누구나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과학의 가치

김추령(누원고등학교 과학교사)

▲ '가꿈'에서 출간한  '과학, 일시정지',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    ©교보교육재단

 

중고등학교 과학교사들의 모임인 ‘가치를 꿈꾸는 과학교사 모임(이하 가꿈)’은 과학 뒤에 감춰진 가치를 찾아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임이다. 실험실 속 과학자들만의 과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과학’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가꿈’은 결성 후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과학과 윤리, 인권, 환경 등을 주제로 활동집을 출간하고 과학의 사회적 영향과 책임에 관련된 수업 자료들을 개발, 학교 현장에 보급해 왔다. 2014년부터는 각 지역을 돌며 청소년 강좌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과학 논쟁’을 열고 있으며 2016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 청소년을 위한 과학수업을 진행했다.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학의 가치
‘가꿈’ 선생님들은 ≪과학, 일시정지≫를 통해 앞으로만 질주하는 현대과학에 일시정지 버튼을 눌렀다. 기후변화에서부터 유전자 조작 식품, 그리고 에너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작정 달려가지 말고 잠깐 생각해보자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을 통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과학 이슈들을 찬반 토론 형식으로 재구성,  양쪽의 입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가꿈’ 선생님들은 책뿐만 아니라 교실에서 과학을 주제로 토의토론 수업도 진행한다. 생태적 삶, 배아 줄기세포, 나노 기술, 유전자 조작 식품, 지구 온난화와 같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문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과학은 딱딱하고 차가운 학문이라는 편견을 벗고 불꽃 튀는 토론 속에 빠져든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토의토론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은 후일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였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가꿈’ 선생님들이 토의토론 수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과학을 주제로 한 과학 토의토론 수업 ©교보교육재단

 

현재 누원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김추령 과학 선생님은 토의토론 수업 중에 있었던 일화를 얘기한다. “한 남학생이 있었는데 맨 처음 토론에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지만 토론 중에 학습이 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그 학생을 보면서 참여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한국과 탄자니아 수학 과학 교사들이 손을 잡았다
2017년 8월 여름방학 때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한국-탄자니아 수학 과학교사 워크숍’이 열렸다. ‘가꿈’, ‘신과람(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사랑의 과학 나눔터’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교사 13명과 탄자니아 과학교사 14명이 1년여의 준비 끝에 ‘학생 과학 페스티벌’과 ‘교사 워크숍’을 개최한 것이다. 240여 명의 탄자니아 학생들은 과학 책 속의 이론이 아닌 생활 속에 살아있는 과학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3일간 진행된 워크숍에는 120명의 탄자니아 교사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TOT(Training of Teachers)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실습교육이 턱없이 부족한 탄자니아의 현직 교사들에게 다양한 과학실습을 교육하고, 이들이 현지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파급효과로 이어졌다.

 

▲  한국-탄자니아 수학 과학교사 워크숍  ©교보교육재단

 

 

살아 있는 과학, 생활용품으로 교구를 만들다
탄자니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김추령 선생님이었다. 2016년 코이카 해외봉사단에 참여해 탄자니아 므완자의 작은 마을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물리가 다른 과목보다 언어적 제약이 적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장벽은 높았다. 고민 끝에 김추령 선생님은 직접 수제 교구를 하나하나 개발하기 시작했다. 마찰력을 가르칠 때는 교과서 두 권을 사용했다. 두 책을 맞대어 놓고 한 페이지씩 겹쳐서 포개 놓는다. 그러면 장정 두 사람이 양쪽에서 책을 잡아당겨도 책은 빠지지 않는다. 이 실험을 직접 해본 학생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성질을 가르칠 때는 술병을 이용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병에 물을 넣고 우유를 몇 방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문방구에서 어렵사리 구입한 레이저를 술병을 향해 쏜다. 학생들은 빛이 굴절하고 그 안에서 산란이 일어나면서 빛이 움직이는 경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유 상자와 CD를 이용해 분광계(spectrometer)를 만들어 빛의 파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안약병과 빨대, 밀크티를 이용해 온도계를 만들기도 했다.

 

▲   생활용품으로 만든 과학교구  ©교보교육재단

 

탄자니아 가출소년들을 위한 토요과학교실을 진행할 때 김추령 선생님은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 아이들한테 과학을 가르치는 게 무슨 도움이 되죠? 굳이 왜 과학을 가르치죠? 차라리 기술을 가르치는 게 더 유용하지 않나요?’ 김추령 선생님은 이렇게 답한다.
“내가 과학을 할 줄 알기 때문에 과학을 가르치는 겁니다. 과학이 누군가의 점유물은 아닙니다. 과학을 포함한 모든 배움에는 빈부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누구에게나 배움의 기회는 주어져야 합니다. 배움은 평등해야 합니다.”


사람도 하나의 생물 종일 뿐이다

김추령 선생님은 ‘참사람’에 대해서 과학자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참사람에 대한 정의는 ‘우리는 왜 이 행성을 지구라고 부르게 되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구본만 보더라도 지구는 육지보다 바다가 차지하는 면적이 훨씬 더 많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땅지(地)를 쓴 ‘지구(地球)’가 아니라 물수(水)를 써서 ‘수구(水球)’라고 쓰는 것이 타당하겠죠. 그런데 왜 우리는 지구라고 부르는 걸까요? 그것은 사람이 땅에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만일 사람이 물에 사는 인어였다면 수구하고 했을 지도 모르죠.”
그러니까 이 행성을 지구라고 부르는 것은 자연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으로 바라본 결과라는 얘기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의 꼭대기에 서려합니다. 인간을 중심으로 모든 걸 정렬하려는 사상을 ‘인간 종 중심주의’라고 합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다른 여러 생물 종(種)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인간이 모든 종의 중심이며 우두머리이고 모든 것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아프리카가 망가지고 자원이 고갈되고 사회적 이념과 갈등으로 수많은 생명이 사라지는 것이 생태중심이 아닌 그릇된 인간종중심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진정한 참사람이란, 풀 한포기 벌레 한 마리도 사람과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라는 윤리를 가지고 자연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닐는지. ‘가꿈’과 김추령 선생님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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