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 36.5˚C

스마트교육은 Self-directed, Motivated, Adaptive, Resource enriched, Technology embedded의 약자로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과 적성에 맞는 풍부한 자료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말합니다. ICT 기술 및 SW를 소프트웨어를 통한 창의성·문제해결력 증진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미영 교사가 근무하는 강원도 귀둔초등학교는 인제읍에서 차로 40여 분을 가야 나오는 산촌, 벽지학교 입니다. 전교생 25명, 한 학급 당 평균 4명의 시골 작은 학교가 2년 연속 소프트웨어 선도학교, 디지털교과서 시범학교로 선정되는 등 스마트교육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김미영 선생님이 있습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스마트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스마트 교육이 곧 기술이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우리가 수업에 꼭 필요할 때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죠. 예컨대 수업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감촉을 느껴야 하는 흙놀이를 하는 것이 주제라면 실제 흙의 감촉을 느끼고 냄새를 맡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스마트 수업이라고 해서 가상의 흙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면 수업의 본질을 놓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스마트 교육이 수업의 목적을 방해하는 셈이겠지요.

▲  붓글씨 쓰기 화상수업

붓글씨 쓰기 교육을 할 때도 실제 화선지와 먹물의 번짐, 점과 획을 그을 때의 감각과 느낌을 바르게 체험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입니다. 붓글씨를 실제 써 보고 감각을 느껴야 하는 수업에서 스마트 교육이라고 해서 붓터치를 보여 주는 어플리케이션으로 붓글씨를 쓰는 것으로 붓글씨 쓰기 수업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스마트교육의 핵심은 소통과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의 연결, 사람 사이의 연결, 자연과의 연결. 기술은 그 과정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소통과 연결을 촉진하는 도구가 되는 거지요.

 

Q 어떤 계기로, 언제부터 스마트교육을 하게 되셨는지요?

사실 제가 너무 답답해서 시작했어요. 저는 발령받은 순간부터 23년 간 강원도에 있는 작은 학교만 찾아다닌 교사였습니다. 학교 규모가 매우 작고 대부분 도시권과 먼 외지에 있다 보니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강사를 모시기가 너무 어려워요. 학생들 입장에서도 산촌에 있는 학교에서는 주변의 높은 산만 보고 크는 거예요. 옆 동네만 알아도 좀 더 교류하거나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데, 학급 인원 또한 소수이다 보니 진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발표도, 토론도 적극적으로 함께 해야 하는데 유치원이나 1학년부터 같은 학급으로 학년이 올라온 학생들은 발표나 토의 수업도 잘 하지 못하는 환경이 많았어요. 어떨 때는 멀뚱히 특정 분야에서 잘하는 친구들 한 두 명만 바라보고 대부분은 침묵을 지키는 경우도 많고요. 수업 활동에서 있어서 학생들에게 무기력함이 많은 터라 이 부분을 깨야 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그래서 ‘기술을 통해 온라인상으로 다른 학교 친구들, 외부 전문가들과 만남을 주선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게 학생들의 수업 참여 태도 개선과 자신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여겼습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저 학교 친구들은 뭘 배우는지,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을 같이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하는데 기술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SKYPE를 활용해 코딩, 독도수업 등을 진행했어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다른 지역이나 학급 학생들과 만나서 실제 활동을 하면서 떨거나 실수하는 경험이 중요했습니다. 좌충우돌 사고도 쳐보고, 도와달라고 요청도 해보고, ‘가만히 얌전하게 있는 것, 선생님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는 것이 착한 학생이야’라는 틀을 깨주고 싶었어요.

▲ 학생들과 함께하는 스마트수업

 

저는 제가 교육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알고,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모두 잘 할 수 있다는 건 교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못하는 건 솔직하게 인정하고, 외부 전문가를 모셔서 화상이든 온라인이든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올해로 교직생활 23년 차인데, 첫 발령 때 정보 업무를 맡았습니다. 정보 분야는 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하다보니 조금만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다행히 저 스스로 느끼기에 아직은 초심을 잃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정보 교육 분야에서 23년 간 지속적으로 활동하다보니, 도움 받고 싶은 전문가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제가 먼저 네트워크(연결)를 실천한 것이지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훌륭한 분들에게 계속 배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Q 스마트교육 하면 화려한 기자재부터 떠오릅니다. IT환경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스마트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재가 없다고 하면 실제 불편하기는 해요. 교육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즉시성이나 이동성의 문제가 있죠. 그래도 스마트 교육의 본질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고 믿어요. 스마트란 것을 ‘학생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생각을 바깥으로 표출하고 함께 협업하는’ 개념으로 기준점을 두었죠. 즉. 스마트 교육은 생각하게 하는 수업이고,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그 개념이라고 본다면 기술이 부족하다고 해도 얼마든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술은 어디까지나 이를 돕는 수단일 뿐입니다.

 

꽤 오래 전 이야기예요. 우리 마을의 지도를 직접 그린 후,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위성사진과 비교해보는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위성사진이 너무 옛날 사진인거에요. 학생 한 명이 울먹이며 이렇게 말해요. “우리 학교로 친구들이 많이 와야 하는데 이런 옛날 사진 보고 우리 마을이 나쁘다고 해서 전학 안 오면 어떻게 해요?” 이처럼 엄연히 고쳐야 할 문제가 있는데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스마트교육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여기에 기술이 따라붙는 것이죠.

 

그때는 변변한 도구가 없었고 상황이 열악했기 때문에, 주어진 내에서 최대한 상상력을 동원했습니다. 헬륨풍선 20~30개에 휴대폰을 달고 WIFI 장치와 연결한 후 하늘로 띄웠습니다. 마을 전체가 담기는 높이로 올라갔을 때 태블릿으로 마을 영상을 캡처했어요. 그리고 다음(DAUM) 아고라에 우리 학생들이 우리 마을에 대한 사회 수업을 하다가 문제를 발견했고, 지금의 위성사진은 최신의 자료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올렸어요. 전국적으로 모르는 국민들이 학생들의 청원에 동의하는 댓글을 달아주는 것을 보고 학생들이 얼마나 놀라워했는지, 그 응원의 감동을 잊지 못해요. 이후 위성사진이 실제로 고쳐졌답니다. 학생들이 평소 생활 주변에서 불편하게 생각하고 고쳤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검증하고 문제해결 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느꼈던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  헬륨풍선 우리마을 항공 사진 촬영 프로젝트

 

Q 선생님이 해 오신 스마트교육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주세요.

제가 강원도 홍천에서 근무했을 때 대구 지역 초등학교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공동 수업 사례가 있어요. 대구에 있는 초등학교 선생님과 협의해서 공동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대구와 홍천의 기온을 재고 학교 화단에 핀 꽃의 종류와 개화 정도를 비교하는 수업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제시한 내용만 학습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구와 홍천의 기온 차이를 알게 되었고 봄꽃의 피는 정도도 지역에 따라 다른다는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하여 토의하였습니다. 실제 대구는 홍천보다 남쪽에 위치하여 기온이 높으니까 봄꽃이 빨리 피고, 홍천은 봄꽃이 늦게 핍니다. ‘어라? 개나리가 우리 지역은 아직 봉우리인데 대구지역은 활짝 피었어! 신기하다!’ 이런 비교를 통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몰랐던 것들을 체득할 수 있었지요. 실제 학생들이 과학 수업에 스마트교육을 접목하여 활동하면 아주 좋아하고 즐거워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활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 대구와 홍천지역-봄꽃 개화시기 교류학습

 

또 하나의 예는 현재의 인제 귀둔초등학교 학생들과 5개월 진행한 병아리 프로젝트입니다. 알이 부화하여 병아리를 거쳐 닭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학생들과 관찰하면서 병아리를 키우는데 필요한 도구를 SW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에 앞서 ‘병아리를 잘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토론하였습니다. 그 후 적절한 온도조절(→온도센서), 시간 맞춰 먹이주기(→소리센서), 물 부족 해소(→물통 수위 조절 센서), 움직임 관찰(→초음파 센서) 등을 엔트리와 대장장이 보드를 활용해 만들었습니다.

청리닭 종란 10개를 구입해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7개월 뒤, 중닭이 된 암수 닭 한 쌍과 4마리의 닭을 두 학생 가정으로 입양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생명과 함께하는 소프트웨어 체험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따듯한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  기술로 함께 키운 병아리 프로젝트

 

Q 해외에서는 스마트 교육을 어떻게 하나요?

몇 년 전에 싱가포르에 ICT교육과 관련하여 해외 연수를 간 적이 있어요. 스마트 교육으로 유명한 한 학교의 과학수업에 참관했는데, 사실은 제가 ICT교육과 스마트교육에 관심이 높아서 이 학교는 어떤 훌륭한 스마트교육 장비들을 활용하려나 하는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처음 기대한 것에 비해 수업에 사용된 스마트적인 요소가 너무 없는 거예요 더 정확이 이야기 하면 화려한 기술이 접목된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수업 끝 부분에 정리 단계로 실험과 관련된 영상을 보면서 마무리하는 것이 거의 다였어요. 수업 중에도 작은 비디오로 학생들이 실험 내용을 촬영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어요. 그런데 우리와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온 것이, 수업 진행 교사가 학생들이 실험 하는 내내 그 어떤 실수나 미흡함이 있어도 절대 수정해주지 않고 계속해서 해보라고 격려하더군요. 이미 과학 실험 과정이 틀렸는데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명한데도 그저 끝까지 해보라고 북돋는 거예요. 학생들 중에서 어떤 팀은 실험 과정이 성공했지만, 또 어떤 팀은 소위 멘붕을 겪었죠.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점을 바탕으로 다시 실험을 설계하여 끝까지 이어가게 하는 것, 수업을 성공을 이끄는 협업과 공동 사고력! 바로 그것이 수업의 목적이었어요.

 

그리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학생들끼리 충분히 논의하고, 습득한 뒤에야 정답을 안내하더군요. 처음에는 수업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웠어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학생들이 실패하는 경험을 하지 않도록 많은 힌트를 주거나 미리 정답을 안내해서 따라할 수 있게 하고, 학생들이 실패하는 것을 지켜봐주기 힘들어서 계속 옳은 방향으로 수정해주며 이끌었거든요. 학생들이 학생 중심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제가 방해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저의 스마트교육 방향은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제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동과 생각들이 과학수업의 핵심인 ‘탐구’와는 가장 거리가 멀었던 셈이죠. 어찌보면 과학수업을 보여준 싱가포르의 학교는 스마트 교육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던 것 같아요. 스마트교육의 가치를 ‘소통’으로 생각하고, 학생들이 다른 사람, 의견, 활동 등 소통하는 과정에서 도움의 역할로서 스마트교육 기술이 필요했던 것이지 교육이 기술에 현혹되지 않았다는 점이지요.

 

국내에서는 정해진 시간 속에서 정규수업과정을 따라야하니 실패할 시간을 많이 주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워요. 그래서 저는 요즘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과 융합 활동이 바탕이 되는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에서 그 어떤 실패를 경험해도 빠르게 회복하고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끈기를 길러주고자 해요. 끈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끈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하고요. 무엇보다 학생들은 실패를 많이 해보아야 해요. ‘실패해도 아무렇지도 않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라는 초긍정 마인드(그냥 긍정으로는 부족해요. 초긍정이어야 합니다)를 학생들에게 길러주는 것이 제 수업의 목표입니다.

 

Q 창의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의 모든 학생들은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이 발현되려면 실패를 해봐야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직접 나서서 해봐야 해요. 저는 지금 제가 진행하는 수업이 학생참여중심 수업인가를 항상 고민합니다. 예컨대 경찰을 꿈꾸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스스로 자기가 할 일을 정해요. 직접 경찰관을 만나본다든지, 조사를 해본다든지,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고 진행해보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의 어느 타이밍에서 내(교사)가 나서야할지, 피드백을 주어야 할지 저는 계속 고민을 하고요. 또한 무엇보다도 해당 프로젝트에 봉사나 사회기여의 성격이 결합되어있는지를 꼭 생각합니다. 학생참여 중심 수업, 과정중심평가, 사회적 기여의 3가지 내용이 적절하게 결합된 수업인지를 고민합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과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 활동은 마을 노인들이나 주변 사람에게 봉사하거나 기여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해요. 스마트교육의 핵심은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잖아요. 나만 잘되기보다, 내가 잘됨으로써 더불어 사회에도 도움이 되게끔 하자는 것이죠.

 

Q 스마트교육 외에도 학생들과 마을에 쏟는 열정과 관심이 대단하시다고 들었습니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삶과 상황이 저를 움직이게 해요. 할머니와 둘이 사는 학생이 있었어요. 특히 코딩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재능도 있던 친구였어요. 그런데 워낙 시골 벽지 마을에 살다 보니 코딩을 제대로 배울 여건이 안 되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을 진행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죠. 이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관련 분야 교수 등 전문가 분들을 찾아서 그 분들과 이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고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그렇다면 내가 이 친구에게 필요한 사람을 찾아서 매칭을 시켜줘야죠. 제 교육은 ‘업둥이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모든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잖아요. 저도 배울 것이 많은 부족한 교사인데 업둥이를 하더라도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를 잘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학교는 마을 공동체와 연계한 교육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과 스마트교육을 함께 연계한 활동을 소개할께요. 하나의 예로 ‘연어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는데, 이 산촌 마을의 학생들이 우리 마을의 특성과 자연환경, 특산품 등을 살리는 인재가 되고, 나중에라도 이 마을에 되돌아와서 마을을 발전시키는 미래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미래 농업에 대한 관심을 어릴 때부터 가지고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 스마트팜 등의 기술을 통해 그것이 좀 더 쉽게 가능해지리라 생각합니다. 또 ‘10만원 프로젝트’라는 것도 했어요. 올 3월 4일, 1학년 입학식 날에 우리반 5, 6학년 3명이 1학년 3명 동생들의 손을 잡고 떡을 해서 노인회관으로 갔어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오늘 1학년 동생들이 생겼어요 하고 인사드리려고요. 노인회관은 우리 학교 통학 구역 안에 3개 리마다 1개씩 있는데 하루에 3개 마을 어르신들 뵙고 신고식을 다하고 왔어요. 아이들 만나기 어려운 시골 마을에서 노인회관에 인사 온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하셨나봐요. 인사드리고 학교로 돌아오려고 차에 탔는데 어르신들 여러 분이 급히 달려 나오셔서 학교 친구들과 맛있는 거 사먹으라며 급히 돈을 걷었다고 하시면서 용돈을 10만원 쥐어 주셨어요.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어요.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정말 행복해 하시는구나, 그 동안 관심을 못 가져 드려서 미안하다 이런 마음이예요. 그래서 학교에 돌아와서 어떻게 이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체인지메이커 활동으로 학생들과 계속 의견을 모았고 다시 노인회관으로 음료수, 빵, 감사의 벽보, 감사 편지를 써서 방문하자는 학생들의 결정에 따라 지난 5월 28일에 마을 노인회관 3곳을 방문해서 마음을 나누었답니다.

 

▲ 10만원 프로젝트(마을교육공동체)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갖도록 도와준 것 같아서 교사로서 기분이 참 좋고 학생들과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된 경험이었어요. 앞으로 학교에서 진행할 스마트팜 운영을 통해 생산물을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나눌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자신만 아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고, 자신들의 삶에서 열정을 가지길 바랍니다. 스마트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열정과 배려, 좋은 인성을 체득할 수 있을 겁니다. 

 

Q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으세요?

제가 나이가 들었는데 제자를 아주 오랜만에 만났을 때, ‘누구였더라?’ 하고 묻는 제 모습을 상상해보았어요. 그러고 싶지 않더라고요. 저는 담임으로 만난 아이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더라도 꾸준하게 계속 학생들을 만나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구축해가는 게 좋아요. 저의 가치관은 ‘A/S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평생을 저와 아이들의 삶을 서로 A/S하는 관계를 맺고 싶어요. 가장 감동이었던 경험은 올 1월, 6학년으로는 11번째 반이었던 아이들의 졸업식 때였어요. 제가 첫발령 받았을 때 6학년 담임이었던 1기 졸업생 2명이 대표로 와서 올 해 졸업하는 11기 5명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더군요. 1기들은 벌써 33세 성인이 되었고 11기는 이제 13세였는데 이 졸업식이야 말로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고 따뜻하고 아름다웠어요. 학부모님들, 교직원들, 마을 주민들께서도 신기한 장면을 보면서 감동받으셨다고 다들 너무 좋아하셨죠.

 

학생들이 행복하려면, 행복한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느껴봐야 해요. 그러니 저부터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비가 오고 옷에 흙탕물이 쏟아져도 행복해요. ‘안 그래도 빨래해야 했는데! 잘됐다!’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뭐.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보면 행복할 수 있어요. 학생들을 감동하게 하는 것은 솔선수범이라고 생각해요. ‘나도 모르겠어, 우리 같이 배우자.’ 학생들과 동등하게 같이 가는 거죠. 기술은 우리 삶이 조금 더 편안해지도록 거드는 것뿐이지, 결국에는 사람과 사람이에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따뜻하게 묶어주는 건 기술이 아니어도 가능하죠. 다만 좋은 기술이 있으면 더 자주, 더 빨리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고 조금 더 편안해 질 뿐이예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참사람은?

본인이 먼저 행복해서 아이들의 행복에 기여해야 해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기여를 할 수 있고, 그 에너지가 주변을 전염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한 사람 옆에 행복한 사람이 있어요. 학생들이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사람을 많이 봐야 해요. 학생들과 이런 이야기를 해요. 뭔가 보상이 있을 때는 행복하다는 말 대신 ‘기분이 좋아요’라고 하자고요. 조건이 붙는 순간 행복이 아니잖아요. 돈을 받아서 행복하다? 물질이 결합했을 때는 가장 낮은 단계의 행복에 그치지만, 물질과 조건이 없을 때 가장 큰 행복이 온다고 믿어요. 행복을 느끼는 것도 연습도 필요해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감사할 일을 찾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참사람은 ‘행복한 사람. 그 행복에너지로 주변에 행복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소통과 연결의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