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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1)과 지속가능성의 관련성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환경교육 내용으로서의 지속가능성입니다. 이는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는 점에서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두 번째로는 교육을 통하여 실현하거나 성취할 어떤 정신이나 관점 또는 목표로서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은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한다면 떠올려지는 관련성일 것입니다. 우리들은 주로 앞에서 말한 두가지의 관련성에 대해서 많은 논의를 전개해왔으며,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환경교육과 지속가능성의 관련성을 하나 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환경교육의 지속가능성’입니다. 근래, 교육학 일반, 교과교육학의 연구와 실천에서 환경(학)적, 생태(학)적 사고와 아이디어를 은유적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교과를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다보려는 교과유기체론입니다.

예컨대 00교과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고, 이 유기체로서의 교과가 자신의 생태적 적응과 또는 진화를 위해서 자신을 둘러싼 주변의 여러 생태적 조건에 접하여 교과의 형질적 변화를 기하고, 00교과 본연의 목적에 더욱 바람직하게 진화하는 일련의 현상들을 넓은 의미의 교과현상이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생태학의 원리와 개념을 00교과에 적용하여 00교과교육학의 현상을 탐구하고 그 진화를 전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2)

이러한 관점을 기반으로 우리는 이제 환경교육3)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고려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의는 다양합니다만, ‘장기간에 걸쳐 생태계의 자원과 서비스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해보고자 합니다. 사실상 교과, 과목을 생태적으로 바라보려는 관점은 전적으로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교육연구자와 실천가들은 예전부터 교과, 과목을 그렇게 다루어 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교육과정사회학적 관점, 교육역사사회학적 접근, 교육(과정)정치학적 시각 등이 그러합니다.

교과에 대한 기존의 관점은 탈맥락적, 탈역사적인 시각에서 교과에 대한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교과를 대상화하고 환원적, 미시적, 분석적, 정태적인 것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접근들은 교과교육을 둘러싼 현상을 총체적 시각에서 파악하고자 하며, 교과를 내부의 요구와 외부의 환경을 조화시켜 나아가는 일종의 유기체로서, 따라서 교과교육의 변천과정을 주변환경의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유기체의 성장에 가까운 무엇으로 본다는 점입니다.4)

다음의 글은 교과교육의 변천에 대한 레이튼(D. Layton)의 모형5)입니다. 그는 영국의 근대교육에서 교과가 변천(진화)하는 과정을 초기단계→ 중간단계→ 최종단계 등 3단계의 모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① 초기단계: 이제 막 교과의 모습을 갖춘 새로운 교과는 그것의 적절성과 유용성과 같은 근거에 기반하여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하면서 시간표 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한다. 이 단계에서 학습자는 그 교과가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교과에 대하여 매력을 느낀다. 교사들은 대부분 훈련된 전문가는 아니지만, 선구자적 사명과 같은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한다. (교육내용의 선정과 조직의) 가장 지배적인 기준은 학습자의 필요와 흥미에의 적합성이다.

② 중간단계: 교사자격을 갖춘 훈련받은 전문가들이 단체를 구성하면서, 교과내에 학문적 연구의 전통이 나타난다. 학습자들은 그 교과가 자신의 문제와 관심에 적절할 뿐 아니라, 성장하고 있는 교과의 명성과 학문적 지위 때문에 그 교과의 학습에 매력을 느낀다. 점차 교과내부적인 논리와 기율이 교과내용의 선정과 조직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③ 최종단계: 이제 교사들은 확립된 규칙과 가치를 가진 전문적인 조직체를 구성한다. 교과내용의 선택은 대체로 그 분야의 연구를 주도하는 전문학자의 판단과 실천에 의하여 결정된다. 학생들은 전통을 소개받게 되며, 그들의 태도는 수동적이며 복종적인 모습에 가까워지며, 이는 (그 교과에 대한) 환멸감의 전주곡이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굿선(I. Goodson)6)은 교과의 전통을 학문적(academic), 공리적(utilitarian), 교육적(pedagogic) 전통 등 세 가지로 모형화하고 있습니다. 학문적 교과는 국가수준의 평가에 포함되어 있으며 높은 지위를 갖고 있고, 공리적 교과는 국가수준의 평가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실제적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집니다. 그리고 교육적 교과는 학습자의 학습방식을 중요시하므로 학습자 중심, 발견학습 등과 같은 교육학적 전통을 추구하는 교과내용과 방법론을 따릅니다. 굿선에 따르면, 많은 교과들이 형성의 초기, 성립되는 과정에서는 교육적이고, 공리적임을 강조하다가 점차 학문적인 것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입니다.

위의 모형들과 관련하여 볼 때 우리의 환경교육은 어떤 단계에 와있는가? 저는 레이튼 모형의 중간단계에서 최종단계로 넘어가는 지점, 굿선의 교육적-공리적 전통에서 학문적 전통으로 변질되는 기로에 서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 나라의 환경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 무엇을 하여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이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은 환경교육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것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저는 하나의 교육활동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위한 중요한 요건은 후향적 관점(backward mapping)의 중시와 삶에 동형구조적인 활동을 담고 있는 내용체계라고 봅니다.

후향적 관점에 따를 경우 정책의 결정과정은 일선 행정조직에서 시작합니다. 정책결정자의 의도보다는 정책을 실천하는 단위를 기초로 하여 목표를 설정하고, 이어서 집행구조를 따라 거슬러 (위로) 올라가면서 집행담당 기관의 능력이나 소요자원 등을 검토하게 되며, 최종적으로 분석가나 정책결정자가 집행에 영향력이 큰 조직단위들에게 자원을 집중시키는 정책을 수립하게 됩니다. 후향적 관점은 ‘문제의 원천’(source of the problem)에 가까이 있는 일선단위의 지식과 능력을 강조하며, 전향적 관점(forward mapping)은 후향적 관점과 대조적으로 ‘정책의 원천’(source of the policy)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정책결정자의 능력과 영향력, 이를 토대로 한 계층제적 조직관계를 중시합니다.7)

후향적 관점을 존중하는 교육의 핵심은 학습자와 교사의 요구를 존중한다는 의미일 것이며,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학습자의 흥미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 활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환경교육을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활동은 그 의미를 달리하게 되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라도 교사와 학습자들의 요구를 중시하며, 학습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존중하는 후향적 관점의 교육은 학습자의 능동성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지속가능할 것입니다. 환경교육의 지속가능성은 학습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에서 찾아야 합니다. 즉, 교육자들이 ‘처방한’ 요구, 필요가 아니라, 학습자들이 ‘느끼는’ 요구를 기반으로 한 환경교육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가지 부연할 것은 학습자들의 흥미와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후향적 관점의 전부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학습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파악하되, 그 결과를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법을 구안하는 데 제한한다면 비교육적일 것입니다. 교육자가 학습자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습자가 자기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 관점이 중시되어야 합니다. 환경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자기학습’입니다. ‘환경문제에 대하여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환경교육의 인간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학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학습은 자기자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환경교육의 지속가능성은 동형구조성(同型構造性, isomorphism)을 담보한 내용, 활동을 담고 있는 환경교육을 뜻합니다. 심리학에서는 동형구조성을 실제세계와 인간이 인지하는 세계의 구조가 같은가를 논의할 때 적용합니다.

환경교육은 본질적으로 삶속에서 또는 삶과 동형구조적인 상황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교육영역입니다. 그러나, 환경교육 특히 학교환경교육은 수학이나 과학처럼 관념적인 사고를 중시하며, 이론적인 법칙 등을 추구하기 위한 학습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교과교육론적으로 표현해본다면, 환경교육은 교과이기 어려운 내용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근대교육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교과는 인간의 ‘지성’을 개발, 연마하기 위하여 설정된 것들로서 환경교육처럼 사회의 ‘문제’와 관련된 교과의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학교교육의 내용 중에서 환경교육을 제외하고는 사회교육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에 유의한다면, 환경교육 내용의 구체적 유용성이 중요하다는 점, 바꾸어 말해서 환경교육의 내용이 삶과 동형구조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크게 부각됩니다. 편집된 모의상황속에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학교환경교육은 그 자체로서는 완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8) 그렇다고 해도 학교환경교육이 삶과의 동형구조성을 포기하거나, 사회환경교육에 그 임무를 떠넘기는 것은 온당하지 않습니다. 학교환경교육은 그 나름대로 삶과의 동형구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환경교육이 삶과의 동형구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채택하는 전형적인 방안은 의사결정학습 모형, 쟁점중심 토론학습 모형 등일 것입니다. 이 수업모형들은 의사결정해야 할 문제, 토론의 중심으로 삼을 쟁점을 맥락적인 현실에서 찾을 뿐만 아니라, 수업모형의 절차가 인지적인 영역의 지식과 정의적인 영역의 가치, 태도 그리고 의지ㆍ행위적인 영역 등을 모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이 수업모형들이 현실의 삶에 동형구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업모형을 채택하는 것만으로 동형구조성이 충분히 확보되지는 않습니다. 삶과의 동형구조성은 무엇보다도 학교교육 전체가 환경적으로 계획, 운영될 때 담보되기 쉽습니다. 학교라는 공간,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삶(학습)이 환경적, 생태지향적이면 어떤 점에서는 별도의 환경교육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즉, 환경교육이 학교교육에 대한 메타교육과정의 위치에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르칠 내용이라기보다 추구, 성취, 존중하여야 할 정신, 상태, 원리로 보는 메타교육과정으로서의 환경교육에 대해서는 좀 더 심층적인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환경교육에서 후향적 관점, 삶과의 동형구조성은 새로운 지향은 아니며,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입니다. 노르베리-호지는 ｢오래된 미래｣9)에서, 현재의 파괴되고 훼손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환경속에서 사는 미래로 가기 위한 방법을 인도 라다크(Ladakh) 지방의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는 생태적 삶의 양식에서 찾아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은 새로운 논의를 통하여 새삼스럽게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살아오고 있는 오래된 삶에 이미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삶을 유심히 살펴서 미래를 위하여 의미있는 부분들을 되살려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환경교육의 목표와 내용으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환경교육의 ‘환경적’ 측면을 중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이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즉, 환경교육의 ‘교육적’ 속성을 숙고하는 일에도 관심을 집중하여야 하겠습니다.

1) 이하에서 ‘환경교육’이라 함은 대체로 학교교육에서의 환경교육으로 제한하고자 하지만, 사회교육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환경교육을 뜻하는 경우도 있으니, 맥락적으로 이해해주기 바랍니다.
2) 박인기(2009), “교과의 생태와 교과의 진화”, ｢국어교육학연구｣, 제34집.
3) 제 글에서는 ‘환경교육’을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다루기 때문에 환경교육을 때로는 환경교과 또는 환경과목으로 호환적으로 사용코자 합니다.
4) 남상준 외(2001), ｢초등 환경교과교육학교재개발 연구｣, 한국교원대학교 부설 교과교육공동연구소.
5) Layton, D.(1972), Science as General Education, Trends in Education, Department of Education and Science, Great Britain.
6) Goodson, I. F.(1983), School Subjects and Curriculum Change, Croom Helm.
7) Elmore, R. F.(1979-1980), Backward Mapping: Implementation Research and Policy Decisions, Political Science Quarterly, 94(4); 오석홍 편(1993), ｢정책학의 주요이론｣, 경세원.
8) 남상준 외(1999), ｢환경교육의 원리와 실제｣, 원미사.
9) 김종철ㆍ김태언 공역(1996),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녹색평론사(원저: Norberg-Hodge, Helena (1992), 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