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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학교, 모험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이들의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북돋는 최경철 교사

최경철(하노이한국국제학교 교사)

 

 

 

최근 OECD는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30년에 성인이 될 학생에게 필요한 미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재정립하는 것으로, 과거 역량개념을 정의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교육에서의 실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교보교육재단은 청소년들의 미래 역량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계신 최경철 선생님을 만나 생생한 학교현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최경철 선생님은 제22회 교보교육대상 창의인재육성 부문 대상을 수상한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메이커교육은 미래를 상상하고 영감을 키우는 일

‘창의교육’은 시대와 장소를 넘어 교육이 행해지는 공간이라면 늘 강조되는 이념이다. 하지만 딱 잘라 ‘이것이 창의교육이다’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자는 과학적 탐구정신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능력이라고 말하지만 막연한 것은 매한가지다. 과학교사인 최경철 교사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0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테오 얀센의 전시회를 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키네틱아트의 선구자이자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도 불리는 테오 얀센은 스스로 움직이고 진화하는 살아있는 생명체 ‘해변동물’ 시리즈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과학 원리에 예술을 접목시켜 공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최경철 교사는 그의 작품들로부터 잊지 못할 큰 영감을 얻었다. (※키네틱아트란? 과학 원리에 예술을 접목시켜 탄생한 것으로, 움직임을 중요시 하거나 혹은 그것을 주 요소로 사용하는 예술)

 

“인간의 지적 역량과 예술표현의 욕구를 어떻게 연결하고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세계가 열릴 수 있음에 탄복했죠. 오랜 동안 엉킨 매듭이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최 교사에게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행동 변화의 기폭제는 그렇게 드라마처럼 다가왔다. 학교로 돌아온 그는 당장에 체인지 메이커 동아리부터 만들었다. 무엇을 할까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소소한 프로젝트부터 시작했다. 운 좋게도 메이커교육 바람이 불던 때라 교육청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에 가 닿을 수 있었다. 정해진 교과수업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경우가 대부분인 교사들은 외부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도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간절히 길을 찾고 있던 최교사에게 다양한 메이커교육 정보는 마른하늘의 단비와 같은 유용한 것들이었다. 

 

 

문화운동으로서의 메이커교육

메이커교육을 무엇을 만드는 기술교육으로 정의내리기 쉽다. 하지만 ‘만드는(메이커)+교육’이라는 조어방식으로 인해 본질이 가려지고 가능성이 닫히는 경우가 많다.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문화운동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음에도 오히려 ‘만드는 교육’ 조립교육‘ 정도로 그 의미가 축소되고 있다. 외연의 확장성이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메이커교육보다 '체인지 메이커교육'이 제가 생각하는 의미를 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풀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는 교육활동’을 말합니다.” 그는 넓은 범위에서 변화를 만드는 모든 교육을 메이커교육의 본질로 보고 있다.

 

이는 결코 특정 교과, 특정 교사가 홀로 감당해낼 수 있는 범위가 아닌 셈이다. 오히려 메이커교육은 하나의 교육문화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견고한 교육관행과 기존 방식을 벗어던지는 일은 쉽지 않다. 수업을 비롯한 아이들 생활 전반에 새로운 의식이 스며들도록 녹여내야 한다.

“동아리 활동이 그 역할을 매개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했죠.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면 아이들마다 내재된 역량이 대단함을 발견하게 돼요. 그 힘을 한껏 발휘하도록 교사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거죠.”

아이들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 발견하고, 욕구를 정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렇게 교육문화운동의 구심점으로 메이커교육은 시작된다. 그 과정을 거치며 아이들은 서서히 사회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과학교사이기 때문에 저만의 장점을 살리려고 해요. 예를 들어 지구나 환경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죠. 지구환경의 어떤 부분이 문제이고, 어떻게 그것을 해결할까를 함께 고민해요.”

 

 

메이커 교육을 다루는 그만의 노하우 

메이커 교육에 대해 최경철 교사는 뚜렷한 방법론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아이들의 엉뚱한 상상력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상상력을 교사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발견한 두 번째 방법이 지역사회 전문가를 프로젝트 안으로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지역사회에 있는 수많은 전문가를 발굴하고, 아이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세상의 경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학교는 마치 섬과 같아요. 주민들은 학교 방문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학교 바로 옆에 사는 분들도 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하죠. 고립된 학교를 개방하고 지역사회 전문가들을 초청해야합니다. 프로젝트의 완성은 전문가 유무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교사와 같은 교육전문가, 드론 제작자와 같은 내용전문가가 만났을 때 폭발적인 시너지가 일어나는 것을 경험했고, 상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결국 결과를 낼 수 있게 완성이 되죠.”

열정이 있는 내용전문가들을 찾고 모셔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의 기술이었다.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하는데 교사가 인공지능을 전혀 모른다면 전문가를 초빙하기 어렵다. 전문가와 특별한 지식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경철 교사는 끊임없이 공부했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선생님들도 ‘모험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작된 변화의 불씨

아이들의 상상력은 최 교사를 놀라게 했다. 배터리 문제로 장거리 운행이 어려운 드론 문제를 두고, ‘공중에서 드론을 충전하는 방법’에 대한 기획이 아이들 사이에서 나온 것이다. 어른들도 쉽게 생각하지 못한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최 교사에게 자극제가 되었다.

“고등학교 근무할 때의 일이에요. 학생들이 걸어 다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해서 한 번 해보라고 했죠.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는데 밤새 뚝딱거리더니 하루 만에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완성해내더군요. 주사기 구조의 장치 두 개를 이용해 공기를 넣고 빼는 형태의 유압식 로봇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한 걸음에 떼는데 2분이나 걸리는데, 거기에 몰두해서 열심히 조작하는 아이들 모습이 참 예뻤어요. 그 날, 로봇이 뗀 한 걸음은 단순한 한 걸음이 아니에요. 도전과 성취를 향한 한 걸음이죠.”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큰 것은 의식적인 부분이었다. 해양 쓰레기 문제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한 번 경험해보고 나면, 문제의식과 내적인 동기에 필연적으로 성장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의식과 정서는 계속 내면에 남아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이슈를 뉴스나 모종의 사건을 통해 접한다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배우고 참여했던 모든 교육내용들이, 추후 성인이 되었을 때 지식인으로서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된다. 최경철 교사는 아이들을 보며 당장 체화가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것이 발현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프로젝트에 함께 했던 친구들은 졸업 후에도 계속 그를 찾아왔다. 성우가 된 제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더빙 프로젝트에 동참해주었다. 성장한 제자들이 새로운 네트워크가 되어주고, 후배 청소년들을 위한 전문가로 멘토링을 해주는 선순환 구조가 조금씩 정착되고 있다.

 

 

우리 안의 호기심과 도전의식을 찾아서

아이들의 미래 역량 개발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던 최경철 교사, 그가 생각하는 핵심역량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 없이 ‘호기심’과 ‘도전 의식’을 손꼽았다. “호기심을 간직한 사람들만이 실천과 성장과 문제해결이 가능해요. 그 역량을 키워주는 게 바로 학교교육이 되어야 하고요. 더불어 호기심이 발생했을 때 그 호기심을 한 번 직접 해결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필요한데 이것이 도전의식이죠. 미래 환경이 어떤 형태로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렇지만 내가 특정한 문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그 문제 안으로 뛰어들어 해결하려는 도전의식이 있다면 미래사회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교사와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의 상상이 허용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무리 괴상하고 뜬금없는 상상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호기심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 셈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그의 모험

그는 동료 교사들에게 체인지 메이커로서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나누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메이커 교육을 통해 자신 또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변화의 불씨를 주도하고 싶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교사들에게 ‘작은 성공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팀교육에서 강조하는 영역 중 하나가 성공의 경험이거든요. 작은 성공을 경험했을 때 비로소 또 다른 동기의식이 부여됩니다. 때문에 좋은 메타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는 경험이 필요해요.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메타 중간 관리자를 매개로 곁에서 배우고 함께 하는 것이죠. 관리자, 내용전문가, 그리고 학생들과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작은 성공을 거두었을 때 도전의식은 팽창합니다. 이를 토대로 두 번째부터는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시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는 또 다른 계획의 일환으로 모험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 교육 전문가가 마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어떤 시너지가 있을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학교 전문가로서 학교와 마을의 접점 역할을 하고 싶다며, 미래의 교육은 결국 마을 교육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학교는 거대하지만 마을은 잘 보이지 않거든요. 역전되어야 해요. 학교가 더 작아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가 찾고자 하는 미래 방향이 보일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 스스로부터 마을과 가까워지는 경험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겠죠”.

 

그는 마지막으로 재단의 ‘참사람의 가치’에 공감한다며, 미래 사회를 살아갈 청소년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앞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호기심과 도전의식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가지는 바로 ‘존중’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호기심, 사회를 배려하지 않는 도전은 위험할 수 있거든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향한, 사회를 향한, 지구를 향햔 존중과 배려가 지켜져야 합니다.”

 

 

최경철 교사와 인터뷰한 두 어 시간 남짓 그의 열정과 에너지에 전염되었다. 부임하는 학교마다 “학교, 모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외치던 그는 지금 베트남한국국제학교에 가 있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모험의 범위가 커졌다. 이제는 학교와 마을의 경계를 넘어 국경과 국경의 경계를 넘는 데까지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체인지 메이커 동아리를 통해 아이들과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온 그가, 베트남에서는 어떤 변화를 만들지 사뭇 궁금해진다. 자신이 속한 어디든 호기심과 도전 그리고 존중의 문화를 심는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