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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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20년째 외국인 노동자들의 빛나는 구강지킴이

글 : 서여름(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01번째 편지 

20년째 외국인 노동자들의 빛나는 구강지킴이

 

글 : 서여름(참사람 독자)

 

 

20대 초반부터 해오던 일이 있다. 치위생사인 나는 내가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까 고민하던 참에 교수님의 권유로 교회의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 달에 2번 일요일 마다 늦잠 자고 싶은 마음과 싸우며 동대문에 있는 한 교회에 방문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구강 상태를 점검해 주고 치료해 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나와 봉사자 2명 그리고 치의학박사이자 명예교수이신 원장님 한 분이 팀이 되어 바삐 움직였다환자를 돌보고, 기구를 씻고, 스케일링을 하고, 약을 드리고, 바닥을 쓸고 매번 정신이 없었다.

 

외국인 노동자 분들은 대부분 보험이 없었고, 비싼 치료비로 인해 치과에 잘 방문하지 않았다치과라는 곳이 평범한 사람들의 인식만으로도 비싸고 부담스럽고 무서운 곳 이라는 인식으로 방문을 꺼려 하는데 타국에서 온 이들은 부담감을 더 가중해서 느끼고 있었고 아픔을 오래 참다 참다 병을 더 크게 키워서 오는 느낌이었다.

그들을 매번 보는 나도 괴로웠다. 잇솔질 방법을 모르고, 잇솔질을 아예 하지 않는 국가의 사람들도 있었다. 놀라웠다. 이들을 보며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기도 했다.

 

나와 2명의 학생 봉사자들은 바삐 움직였다. 한 마디라도 더 친절하고 자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대화를 할 때 어깨를 두드리며 눈빛을 마주하며 대화가 통하지 않기에 온갖 바디랭기쥐를 사용하며 그들을 대했다. 나도 진심으로 대하니 그들도 점차 마음을 열며 나와 눈을 마주치고 감사하다며 말을 건넸다.

 

소문이 났는지 점점 더 방문자는 많아졌고, 정해진 시간 내에만 무료 진료를 할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돌려보내는 이들도 생겨났다. 봉사는 10시부터 였지만 1시간 전부터 긴 줄로 우리를 기다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행렬을 보며 오늘은 몇 명이나 봐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치료를 받고 싶지만, 치료가 필요하지만 뒤늦게 온 이들을 돌려보낼 때 그들의 아쉬워하는 눈빛이 생각나 괴로웠다. 함께 봉사하시는 명예교수님이자 원장님께서는 이 생활을 의사가 된 이후 20년간 꾸준히 이어오셨다고 했다. 한 번도 쉰 적이 없다고 했다. 가끔은 외국으로도 봉사를 나간다고 했다.

 

 

어쩜 그리 한결같고 담담하게 환자들을 대하고 정성들여 치료해줄 수 있는지 그 숨은 힘과 사랑은 어디서 나오는지 나는 궁금했다. 원장님의 눈빛은 빛났다. 75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좋은 향기와 멋있는 육체를 갖고 계셨다. 아마 좋은 곳에 좋은 마음을 쓰고 좋은 생각을 해왔기에 , 그리고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인 마음과 봉사 정신을 지니고 한평생을 살아 왔기에 원장님의 이마에 몇 줄 그어진 주름마저 멋있게 승화되었다. 그때부터 나의 정신적 지주는 원장님이었다. 나의 인생의 롤모델이자 내가 만난 참사람이다.

 

2년만 봉사를 지속해도 엄청난 의지와 함께 집에 돌아오면 다리가 풀려 힘들어했던 내게, 일요일 마다 쉬지 않고 봉사를 해온 것에 뿌듯함과 약간의 자만심을 느꼈던 나의 생각과 감정이 겸허해졌다우리는 매일 봉사 후에 교회에서 지원해 주는 김밥과 오렌지쥬스 그리고 따뜻한 김치국을 제공받는다.

 

봉사 후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다. 오늘의 봉사도 무사히 잘 끝마쳤다고 서로에게 건네는 덕담과 눈빛과 함께 잠시의 휴시을 취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