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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람 인터뷰

K-교육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김의성 보정고등학교 교사

김의성(2021 교보교육대상 창의인재육성부문 수상자)

 

 

"교사는 곧 살아있는 교재입니다" 

 

산업화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우는데 초점을 맞춰왔던 과학교육은 지금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초연결네트워크빅데이터로 대변되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간상을 고민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 중입니다특히 학교 현장은 기존의 문제풀이 중심의 과학교육에서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문제해결 중심의 과학교육으로 활발히 변하고 있습니다. 15년 전 이를 한 발 앞서 실천해 온 교사가 있습니다과정 중심 탐구실험을 통해 청소년의 창의력과 자기주도성을 키워온 보정고등학교 김의성 선생님을 만나탐구 실험의 내용과 선생님의 교육관을 들었습니다.

 



K대학 입학처에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이 쓰신 L학생 추천서 과장된 것이 아니죠?" 

"그럴리가요!"

"예, 혹시나 해서 확인 전화를 해 본 것입니다."

L은 머리가 늘 아프다면서 결석이 잦은 학생이었다하지만 L은 화학실험 수업이 있는 날만은 절대로 결석을 하지 않았다L이 가장 흥미를 나타내는 과목은 화학과 화학실험 교과였다그 나머지 교과 성적은 중위권에 머물렀다그런 L의 대학 지원 학과는 당연히 모두 화학과였다수시모집 수도권 대학 화학과를 6곳에 원서를 접수했다합격이 거의 어려워 보였지만 본인과 부모님이 너무나 원했기에 그렇게 원서를 썼었다.

  

김의성 선생님은 L의 고담임으로서 추천서를 썼다학교 출결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추천서의 출결 난 기록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현실적으로 출결이 좋지 못한 추천서를 쓰는 경우는 드문 일이라 선생님은 특이 사항 난에  "L은 두통으로 인하여 결석이 잦아 출결은 좋지 않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스트레스가 완화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고려됨. 특이사항은 제 교직 생활 중 이렇게 화학실험을 좋아하는 학생은 보지 못함" 이라고 기록하였다. 그해 말 L은 K대 화학과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았다그리고 지금 그는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창의력과 자기주도성이 크는 과정중심 탐구수업

김의성 선생님은 고등학교 현장에 섰을 때 본인의 고등학교 시절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입시위주의 과학교육의 현실에 답답함과 아울러 큰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그때부터 화학교육의 핵심 역량인 실험교육을 스스로 실천하여 현장의 과학교육을 변화시켜 보겠다고 결심했다우선 교사의 스스로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과서에 실린 실험을 퇴근 시간 이후 학교에 남아 가능한 다 해보고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하여 전공교과 실험 관련 교사 연수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2004년 여름에는 1달간 Small Scale Chemistry(SSC) 실험 방법을 미국에서 연수받고 오기도 하였다.

 

이 실험 방법은 실험도구가 작아 실험을 간단히 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정성적인 실험은 수업과 실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SSC 실험 방법을 수업 시간에 도입하여 수업 시간에 실험 수업의 횟수를 늘이는 한편 방과 후 화학 수업도 실험으로 공부하는 화학라는 강좌를 열었다또한 화학실험 동아리와 교내 과학탐구논문대회 실험 지도도 담당하였다.

 

수업 시간에 실험수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2년 과학(화학)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 초빙 교사로 지원해 발령을 받고 블록타임을 통한 과정중심탐구수업을 5년 동안 운영하였다이 교육과정은 실험수업이 주당 5시간씩 교과로 정해져 있는 과정이다실험수업은 수업을 블록으로 묶고 한 블록에 한 가지 주제로 실험을 하되 실험 설계(개인 설계-조별 의논 및 통합)-조별 발표-실험 설계 보완-실험-결과발표 및 토론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 중심의 탐구실험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충분히 시간이 주어지니 학생들의 토론과 발표 수준이 눈에 띄게 발전하였다즉 레시피대로 따라하는 요리 수업 같은 그저 결과를 확인하는 실험이 아니라 스스로 연구를 하는 작은 과학자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었다L은 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서 찾은 답 

김의성 선생님이 처음부터 아이들과 호흡이 잘 맞았던 건 아니었다교직 초기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사범대학 졸업 후 임용을 준비했지만 자리가 없어 결국 대학원에 들어갔다그리고 대학 실험실과 연구소 생활을 7년 가까이 했다이 기간은 초등학교 자연 과목에서부터 대학원까지 과학교육을 받고 그 배운 과학지식이 과학 분야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를 총체적으로 경험한 시기이며 실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시기였다이때의 경험은 추후 과학교사로서 큰 자양분이 되었다.

 

서른이 넘어 교사가 되었다첫 발령지는 산업단지 내 위치한 공업고등학교였다화학 수업은 쉽지가 않았다화학 공부에 전혀 흥미가 없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과연 이 길이 내 길인지 되묻는 시간이 길어졌다그 답을 찾고자 방학마다 오지로 여행을 떠났다인도 잘살메르 사막에서 답을 찾았다낙타 트래킹 도중 저녁이 되자 낙타몰이꾼이 사막 한가운데서 낙타 똥을 주워서 저녁을 지어 주었다그때 무릎을 쳤다. ‘똥도 이렇게 중요한데 하물며 학생들이야... 똥을 중요한 연료로 볼 수 없었던 것처럼 그동안 학생들을 보석으로 볼 수 없었던 내 눈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돌아가서 정말 괜찮은 선생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게  원소의 기원에 대해 매 해 이야기해요. 모든 사물은 원소로 이루어졌고 이 원소는 우주(별)에서 만들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우리의 고향은 별이고 우주인 거죠. 우주를 안다고 해서 지금 내 삶이 현실적으로 달라지진 않지만 우주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삶의 질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화학을 가르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아이들의 시야를 넓게 열어주기 위해서에요."  

 

 

그 곳에 희망이 있었다

가끔은 교육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내면적 갈등이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그럴 때마다 손을 잡아주는 교과연구회 동료 교사들이 있었다그들과 함께 자비를 들여 방학마다 동티모르에 가서 현지 과학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 연수 봉사(세미나)를 했다. 2007년 8월 제1회 대한민국-동티모르 과학교사 세미나를 시작으로 2016년 제10회 세미나가 끝나기까지 총 열 두 번의 세미나가 진행되었다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총 91개 주제를 가지고 한국과학교사 147동티모르 교사 624명 등 천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활동에 참여했다.

 

10년 간 꾸준히 진행된 과학교사 세미나는 양국 교사들의 인식 확장과 함께 양적 팽창 뿐만 아니라 질적 변화도 가져왔다무엇보다 의미 있는 결과는 강사 요원 연수라는 모형을 개발한 것이었다. ‘강사 요원 연수(TOT: Training of Trainers)’는 현지 교사를 미리 선발하여 1:1로 사전 연수를 한 후 TOT 교사들이 세미나 기간에 현지 교사를 직접 연수시키는 방법이다지속가능한 교육을 위해 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 것이다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점차 세미나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김 선생님은 이때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필리핀탄자니아에서도 과학 교사 연수 활동을 이어갔다. 13년 간 꾸준히 지속된 활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 있는 강줄기를 이루었다.

 

 

 

선생님의 마지막 바람 과학전담 실무사(과학실험실 조교)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는 말이 있다임용이 안 된 덕분에 7년 간 실험실 생활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은 교육 현장의 실험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다또한 현장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돌이켜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결과적으로 도착하고 싶었던 곳에 도달한 것이었다그 과정에는 항상 김의성 선생님의 진심이 있었다. "아이들이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릴 때 '그 선생님 덕분에 더 넓은 세상을 꿈꿀 수 있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그 시절이 즐거웠다'라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제 퇴직까지 2년여 남은 선생님의 바람은 무엇일까
"후배 과학교사들이 좀 더 내실 있는 과학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2015 개정교육과정부터 고등학교에 '과학탐구실험' 교과가 신설되었어요. 실험 교육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과학전담 실무사를 각 학교에 반드시 상주하는 것을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1시간 안에 교사가 실험실 세팅하고, 정리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자칫 안전사고와도 연결될 수 있고요. 실험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이 문제가 현장 과학교사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무늬만 실험교과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어떤 방식으로든 후배들을 위해 과학전담 실무사 문제를 개선하고 퇴직하고 싶어요. "

 

"6·25 전쟁 상흔으로 피폐해진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데는 그간 K-교육의 힘이 있었어요. 이제는 그 동안의 성장을 바탕으로 정말로 교육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면 변명이라고 몰아붙이지 말고 교사들을 신뢰하고 애로사항을 진심으로 해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누가 뭐래도 한국의 현장교육은 교사들이 짊어지고 있으니까요." 

 

 

선하고 의미 있는 한 가지

얼마 전 선생님에게 기념할 일이 생겼다. 2021년 교보교육대상 수상자가 된 것이다창의적 인재를 키울 뿐 아니라 교실을 넘어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교육은 삶의 과정이며 동시에 경험의 재구성이라는 존듀이의 교육철학을 지향하는 선생님은 교사의 말과 행동이 지식보다 학생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지난 30여 년 간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재가 되기 위해 부단히 힘써왔다그리고 이제 새로운 삶의 페이지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처럼 '국경 없는 교사회'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막혀 있지만 퇴직 이후에도 기회가 되면 개발도상국 교육 봉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다문화 교육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앞으로 선생님에게 어떤 길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고민하는 여정 속에 결국 더 멋진 목적지에 도달할 거라 믿는다사회에 쓰임 받는 선하고 의미 있는 한 가지가 되기 위해 길을 만들어가는 선생님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