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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참된 지휘관의 모습

글 : 이영범(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25번째 편지 

참된 지휘관의 모습

 

: 이영범(참사람 독자)

 

 

얼마 전, 해외 여행지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중에 방송촬영 관계로 잠시 다녀왔던 캄보디아를 보게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만났던 삐럼(Pirum)이라는 친구를 떠올렸다.

 

6.25 특집으로 기획된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나와 촬영 스텝들은 캄보디아의 특수전 부대인 코만도부대에서 약 보름간 생활하게 되었다. 캄보디아는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내전에 시달리며 우리의 지난 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온 국토가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나라였다. <킬링 필드>라는 영화를 통해 그 참혹함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난 후, 밀림에서 야영하며 촬영하던 우리 촬영 팀은 식사를 위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한국에서 가져간 식품과 반찬을 펼쳐놓았다. 그리고 촬영 팀을 지원 나온 코만도부대의 지휘관을 불러 함께 식사하기를 권했다. 한데 그 지휘관은 우리의 초대를 극구 사양하고는 자신의 사병들과 함께 앉아 식사를 했다. 그들 각자가 배급받는 식사는 잡곡을 섞은 깔깔한 밥 한 공기에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삶은 생선 한 토막씩이 전부였다. 나는 촬영하면서 사병들의 식사를 함께 먹어본 적이 있었기에 그 지휘관의 거절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한낮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서 촬영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우리는 식료품 가게에 들러 시원한 캔 음료를 사서 그 가운데 하나를 먼저 지휘관에게 권했다. 그러자 그는 또 그것을 옆에 있는 사병에게 건네주고는 결국 맨 마지막에 자기 것을 받았다. 그 지휘관의 이름은 삐럼(Pirum), 계급은 대령이었고 직책은 교육대장이었다.

삐럼은 처음 만난 날부터 우리와 함께 지내는 동안 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아 우리까지 덩달아 행복 바이러스를 느낄 수 있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며칠 후 촬영을 나가며 부대에서 가까운 삐럼의 집에 잠시 들렀다. 검소한 사람임은 이미 느끼고 있었지만, 그의 집은 그야말로 우리네 옛날 시골집과 비슷한 전형적인 초가였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의 집에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10여 명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중에 현지 사정에 밝았던 가이드에게 들어보니 2명의 친 자식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내전에서 죽임을 당했던 부하 장병들의 아이들이라는 것이었다. 고급장교 신분이라지만 그다지 넉넉해 보이지 않는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삐럼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형편이 되어버린 전사한 부하 장병들의 아이들까지 모두 거두어 양육하고 있던 것이었다.

 

난 오랜 내전으로 인해 참혹하고 메말랐을 것이라 짐작했던 캄보디아에서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그 먼 이국땅에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참 지휘관, 참 리더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어려운 환경이나 처지에서도 기꺼이 자기 것을 나누고 때로는 아낌없이 포기하며 자신이 아끼고 사랑했던 부하들과 그의 가족들의 삶까지 책임지고 함께 했던 삐럼’.

 

그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그 진정성을 바탕으로 살아온 선하고 참된 삶이었기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토록 밝고 행복한 얼굴이었으리라.

 

요즘도 가끔 그를 떠 올릴 때면 나는 그가 여전히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