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교육재단 소식지「참사람 36.5˚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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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참사람

작은 생명들을 위하여

글 : 오연경(참사람 독자)

 

‘참사람 에세이’는 가족, 이웃, 친구, 스승, 우연히 스친 이름 모를 인연 등 지난 시절 내가 만났던 참사람의 따스한 기억을 길어 올리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인지 듣는 창구입니다. 매주 웹진 참사람을 통해 아름다운 사연을 소개합니다.

  

  

참사람 에세이 100번째 편지 

작은 생명들을 위하여

 

글 : 오연경(참사람 독자)

 

 

 엄마 아빤 우리 딸 믿어! 잘 할 수 있지?”

 

“...

 

우리 이제 들어갈게~ 잘 지내~”

 

잘가...”

 

처음으로 공항 검색대에 줄을 서있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눈물이 가득 고였지만 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눈물 가득 고인 눈 보다 활짝 웃은 미소가 더 잘보이도록.

한국에 있는 대학교 입학을 위해 나는 외국에 살고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살게 되었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3시간 30분을 가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4년 전, 몽골이라는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가 눈앞에 아른 거린다코를 찌르는 매캐한 매연냄새와 온 몸이 아리는 영하 40도의 추위비행기를 타는 것이 그저 좋았던 나와 내 동생들은 몽골 겨울의 시커먼 하늘과 아빠보다 덩치가 두 배는 커보이는 사람들을 보고 금세 주눅이 들고 말았다.

 

부모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왜 이 멀고 추운 나라에서 살면서 낯선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지. 여태껏 그러셨던 것처럼 한국에서 선생님으로 살수는 없었던 건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주일 넘게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하고, 치안이 좋지 않아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도 못하며 한국에서 누리던 편의시설이 하나도 없는 이 나라에 왜 와서 우리를 고생시키는 건지 너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겨울이 지나고 몽골에도 봄이 찾아왔다. 기나긴 겨울을 잘 버텨낸 작은 생명들이 꿈틀꿈틀 작은 세상을 깨어 나올 그 무렵, 나도 나만의 작은 세상을 깨어버리고 몽골 땅에서 이방인이 아니라 동반자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샌베노!” (몽골 말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몽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걱정하시던 부모님의 권유로 아버지가 일하시는 몽골 초등학교에 따라가게 되었다. 그 곳에서 일명 보조교사가 된 나는 어색해하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 예쁜 몸짓과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던 아이들에게 푹 빠져버렸다.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제때 끼니를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회 옆에 마련된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은 열심히 미래를 그려가고 있었다. 보조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그제야 조금씩 부모님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왜 안정된 직업과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멀고 거친 낯선 땅에 와서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엄마 아빠는 작은 생명들을 보살피러 온 것이다. 작고 부드럽지만 앞으로 이 광활한 대지를 이끌어나갈 새싹들을. 아직은 춥고 아린 겨울이지만 이 땅을 푸르고 푸르게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존재는 차디찬 겨울을 잘 이겨내며 자라고 있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이 아이들뿐임을 알았기에그래서 대륙으로 뒤덮힌 광활한 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이젠 바다의 꿈도 꾸며 살아가기를 바라신 것이었다.

 

몽골 생활에서 부모님은 나에게 나로 인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의 가치를 알게 해주셨다.

그래서 식상하지만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참사람이자 참 롤모델이다. 한없는 비교와 치열한 경쟁에 치여 내가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 나는 먼 땅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시는 부모님의 삶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넘어진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난다. ‘어쩌면 나도 이 넓은 세상 속 작은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짧다면 짧았을 3년의 시간이 지나 나는 이제 뜨거운 꿈을 품고 이젠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해주었던 이 땅을 떠나 다시 나의 조국, 한국에 돌아왔다한 나라와 다른 나라를 이어주는 이곳에서 우리 가족은 작별 인사를 했다. 서로의 발걸음은 반대를 향했지만 우린 한 방향을 보며 나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잘 지낼게. 엄마 아빠도 그 곳에서 작은 생명들을 잘 보살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