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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책쓰기 교육, 가장 현실적이며 이상적인 독서문화 강화 방안

허병두(숭문고등학교 교사, 前책따세 이사장)

 

 

1. 독서교육과 세계시민교육, 그리고 평생 교육

 

# 교사 : 학교 독서교육은 성공한 것일까? 최근 20여 년만 따져보아도 우리 교육 현장에서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고 교과 독서교육에 들인 노력이 상당한데 왜 아이들은 여전히 책을 잘 읽지 않을까? 공교육의 독서교육이 정말 성공했다면 왜 어른들은 아직까지도 책을 열심히 읽지 않을까? 어떻게 해야 독서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온 국민이 책을 열심히 읽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해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 학생 : 세계시민교육? 매번 똑같은 주제들이 되풀이 되어서 나온다. 환경, 난민, 인권, 젠더... 초등학교 때 배운 수준에서 특별히 벗어나지 않는다. PPT와 동영상으로 수업을 듣고, 모둠 토론을 하고 다시 간단하게 실습을 한다. 모두 심각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공부하는데 어른들이 만든 문제들을, 그것도 어른들도 어쩌지 못한 문제들을 왜 우리에게 해결하라는 것일까? 세계시민교육... 어느새 진부하고 부담스럽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감히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독서교육은 성인 독서를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은 입시 교육에 강력하게 맞서거나, 은근히 ‘편승’하기도 하면서 독서 교육에 수많은 노력들을 쏟아 왔다. 하지만 성과는 여전히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입시 교육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해서 딱히 학생들은 물론 온 국민이 책을 열심히 읽게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도 없다. 

세계시민교육? 이게 왜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시민교육은 우리 교육이 입시를 통한 명문대 입학,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개인의 신분 상승에 대부분 머무는 한계를 탈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중요하다. 실제로 현재 우리 나라 세계시민교육의 철학과 목표, 내용은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공교육 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세계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지 뾰족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 기구나 관련 시민단체에서 펼치는 세계시민교육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부담스럽고 미흡할 뿐이다. 비유하자면 세계시민교육이라는 물레방아를 열심히 돌리고는 있지만 정작 개인과 공동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결정적인 동력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에 그치지 않나 하는 반성과 우려도 떨치기 힘들다.

 

현실이 이렇다고 독서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활성화하는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는 즐겁고 의미 있게 배우고 그 결과를 다른 이에게 더욱 창조적으로 가르치며 나누는 행위야말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서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제대로 전개하여 아동이든 성인이든 학습자가 책을 열심히 읽고 진정한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은 평생 교육의 방법과 목표 그 자체라 할 만하다. 

 

유네스코가 ‘양질의 교육’을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제시하면서 그 자체가 SDGS를 달성하는 밑바탕이라 규정한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즉,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지식 및 기술 습득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유네스코의 설명은 책읽기와 세계시민교육, 평생 교육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는 뜻으로 수용해야 합리적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좀더 평생 행복해지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서, 평생교육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필수 전제로서 독서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언제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들을 활성화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획기적인 방법을 더욱 찾아야 한다. 

 

 

2. 이 책을 아시나요? – [함께해요 미얀마!]

지난 6월 25일 부천유네스코책쓰기교육연구회(이하 ‘책연’)와 부천시민들은 공저로 [함께해요, 미얀마](누림과이룸)을 펴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은 오로지 미얀마를 돕는 데 쓰이는데, 부천이 2017년부터 유네스코창의도시 사업으로 꾸준히 추진 중인 부천시민 ‘일인일저(一人一著)’ 사업의 빛나는 성과다.  

‘일인일저’란 말 그대로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쓰도록 한다는 목표로 부천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교육문화 정책이다. 부천시는 부천 시민들을 대상으로 약 1년 간에 걸쳐 일인일저 책쓰기교육 지도자 과정을 운영 중이며, 이 과정을 이수한 지도자 시민들이 중학교와 문해학교, 어르신 모임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각계각층의 부천 시민들을 찾아가 일인일저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지금까지 이들이 펴낸 시민작가 책은 419권에 이르며 계속 확대되고 있다. 

 

책연은 일인일저 지도자 과정을 수료한 부천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비영리 연구모임으로서 현재 51명의 회원들이 시민 각자가 책쓰기를 통해 삶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함께해요, 미얀마]는 책연, 구체적으로 ‘미얀마 프로젝트 팀’ 일곱 명이 앞장서서 발간한 책이다. 이들이 펴낸 [함께해요, 미얀마], 그리고 이 책을 출간하며 미얀마를 돕게 된 계기와 과정, 의미 등을 살펴 보면 독서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이 어떻게 만나 평생교육의 성과를 이루어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함께해요 미얀마]는 미얀마의 평화와 인권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여 만든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미얀마 팀에서 기획 총괄을 맡아 [함께해요, 미얀마] 출간에 참여한 것은 스스로 올해를 기념할 만한 시도와 성과였다고 믿는다. 

이 책의 잉태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미얀마 상황이 점점 비극으로 치닫던 어느날, 한국대사관 앞에 모여든 미얀마 인들이 한국어로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우리 미얀마를 도와주세요!’ 울부짖는 모습을 TV로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다. 마침 그 순간 [내가 책이라면]이라는 그림책을 읽던 책연의 지도자 한 분이 문자로 질문을 보내 왔다. ‘선생님께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도저히 쉽게 답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책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한쪽에서는 목숨을 걸고 저항하며 도와달라는데 그저 속절없이 TV나 보고 있다니, 기껏해야 미얀마를 돕는 성금을 보내면 되는 것일까? 먼 기억 속의 아픈 시간들도 떠올랐다. 남녘을 핏빛으로 얼룩지게 했던 사건들, 그리고 함께하지 못했다는 평생의 부채 의식... . 웬만한 기성 세대라면 갖고 있는 부끄러움까지 떠오르며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답답해 몇 줄의 글을 SNS에 쓰자, 책연의 회원들이 릴레이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모두 함께하고 있었다니! 순식간에 이어지는 글들을 보면서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뿌리깊게 연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연의 활동은 그들의 가족과 이웃으로 퍼지며 부천의 시민들에게 확산되었다. 고사리 손에서 어르신까지 글과 그림, 글씨 등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제법 두툼한 분량의 책으로 영글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얀마에 관한 뉴스를 공유하고 관련 책을 읽고, 다시 미얀마를 위한 시를 쓰고, 낭송하여 녹음파일로 남기고, 그림을 그리고 동영상을 만들면서 미얀마를 응원하고자 힘을 모았다. 우리들의 노력과 성과가 미얀마를 돕는 작은 힘이 될 것이라고 믿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성과가 눈앞에서 실현되는 것들을 행복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미얀마를 돕겠다는 소박한 마음이 가족과 이웃, 그리고 부천 시민이라는 차원으로 확대되며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두 달 남짓이나 되었을까. 우리 모두의 책 [함께해요, 미얀마]가 출간되자 신문과 방송에서 취재가 시작되었으며, 각종 SNS를 통해 책의 내용과 의미, 출간 과정, 앞으로의 계획 등을 알리게 되었다. 

 

어느 순간이 되면서 미얀마를 돕는 방법에 대해 어느새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돕는 것이 자칫 내정 간섭이 되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돕는 것은 어떤 한계가 있을까? 시민들이 이렇게 돕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자를 판매한 수익금은 물론 자신들의 돈까지 더하여 미얀마에 성금을 모았는데 누구에게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펴낸 책이 과연 얼마 만큼 미얀마를 도울 수 있는 것일까?

 

서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책들에 고개를 파묻으며 통찰하려고 노력했고, 다시 책을 덮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면서 성찰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왜 책이 중요한지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문으로 부분 번역을 하여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저작권 기부 방식(출처 표시, 변형 가능, 비영리 조건)으로 전 세계에 널리 공개하자는 의견까지 이르렀다. 마침내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함께해요 미얀마](한글영문 혼합본 PDF 책자)를 보내 뜻을 함께할 국내외의 단체나 기구, 언론, 유력한 여론 선도자들의 이메일을 모으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 아태 국제교육원은 이 책의 출간 과정과 의의가 지속 가능한 평생 교육의 모범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고 발표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3. 책쓰기 교육이라는 새로운 방안에 대하여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구상할 수는 없다. 종래의 독서교육이 평가의 덫에 빠져서 대부분 책읽기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앗아갔다면, 또한 수많은 노력이 쏟아진 세계시민교육이 대부분 어느새 진부한 부담지우기 교육으로 비틀거리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무장해서 독서문화를 제대로 조성해야 할 때다.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책을 읽고 평가하겠다고 위협하지 말고,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지 또한 보람 있는지 경험하게 해 주면 충분하다. 

 

[함께해요 미얀마]를 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충분히 보상받았다. 각자의 흥미와 재능, 적성과 능력에 따라 함께할 수 있었기에 부담스럽지 않았고, 힘은 많이 들었지만 스스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체험에 모두 즐거웠다. 실제 책으로 펴낼 수 있어서 의미 있었고, 판매 수익금 전체를 한푼도 남김 없이 모두 미얀마를 돕는 데 보내져 더욱 보람 있었다. 이제 한글과 영문을 섞어 널리 세상에 공개할 한글영문 혼합본 [함께해요 미얀마] PDF 책자를 통해 좀더 많은 이들이 미얀마를 돕고자 나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인들이 자연스럽게 한글과 한국, 우리 한국인들을 접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슴 뿌듯하다.

 

도대체 책과 독서는 어떤 의미일까? 주위를 돌아보면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으로 무엇인가를 읽는라 ‘삼매경’에 빠진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궁금하면 검색하고, 다시 사색하면서, 사고와 정서를 가다듬으면서 누구나 개인적으로 또는 함께 모여서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기존의 종이책에만 갇혀 있지 않을 때 좀더 종이책에도 더 가깝게 갈 수 있게 할 수 있다. 즐겁고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위해서라면 종이책을 결코 무시할 수 없듯이, 새로운 시대에 그저 책을 읽으라 훈계하고 억압하는 대신, 스스로 각자 자신의 주제를 찾고 공동체의 차원에서 함께 통찰과 성찰, 연대의 주제들을 모아서 다양한 책들로 펴내면 좋겠다.

좀더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책쓰기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면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고 보람 가득한 독서문화를 만들 수 있다. 기존의 책읽기에서 이제 책쓰기로 사고를 전환하고 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 부천의 사례가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책쓰기 교육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읽기에서 쓰기로 사고의 전환을 가져오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의외로 쉽다. 기존의 글쓰기 교육이라면 특정한 주제를 획일적으로 주고 창의적으로 글을 쓰라는 ‘폭력’을 떠올리겠지만, 책쓰기 교육에서는 스스로 주제를 설정하게 만들 수 있게 ‘제안’을 하는 식으로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를테면, 온갖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에서 정말 자기가 저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책들을 세 권만 찾아오라고 부탁하는 식이다. 어쩌면 그렇게 자신의 관심과 흥미, 재능과 소망 등과 연관된 책들을 잘 뽑아오는지 놀랄 정도다. 

 

자신이 직접 주제를 설정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키워주면 책을 출간하는 것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이냐의 문제에 불과하다. 책쓰기 교육 방법들은 무수히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이미 공교육 현장에서 지난 97년부터 책쓰기 교육이 시작하였으며 관련 책들도 여럿 나와 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책따세와 함께하는 책쓰기교육](문학과지성사)이다. 책연의 다음 책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책쓰기교육]이면 더없이 좋겠다. 

 

책이라면 자꾸 노작이나 역작 같은 학술서만을 떠올리는데 치명적인 오해다. 도서관과 서점의 수많은 책들을 보라. 간단한 색칠하기 책부터 포토에세이, 지도책 등 그야말로 다양한 내용과 형식, 수준의 책들이 즐비하다. 누군가가 이미 썼는데 왜 못 쓴다고 겁을 먹을까? 자기가 흥미와 관심, 사색과 노력을 더하여 책을 쓰게 만드는 것은 평생 스스로 노력하면서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이며 이상적인 독서문화 강화 방안이다. 책쓰기 교육을 좀더 강력하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주면 좋겠다. 

 

아, 꼭 덧붙이고 싶은 사족 두 가지. 제발 책쓰기 교육을 입시 교육에 연결시키지는 말자. 이미 왜곡한 사례들이 많아서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이 쓴 책은 기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또한 현재의 도서관 또한 책 읽기만을 계몽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책쓰기 공간으로 완전히 뒤바꿔야 한다.